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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미 Jun 09. 2022

2022-06

걷고 달리며 종종 남겨둔 기록

*06-01-수

6월의 첫날, 오랜만에 밖에서 달렸다. 지난밤의 숙취로 한참 누워 고민하다가 달리지 않으면 아무래도 억울해질 날씨라 일단 나왔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햇볕살균해서 행복해졌다. 아래는 달리며 스스로에게 던져봤던 질문들과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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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잘하는 것, 좋아하는 순간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것들: 편안한 관계, 포옹, 느긋하게 걷고 먹는 것, 순정한 가능성들의 힘, 초록함, 강아지의 모든 것들, 햇볕냄새, 뜨끈한 음료와 케이크, 불끄고 반신욕하기.. 대체로 저자극유기농을 사랑한다. 떠올리다 보니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구나 싶었던 질문

+잘하는 것: 음 상대를 편하게 만들어준다고들 하던데.. 쑥스.. 뭐든 가능성을 점검하고 기획개발하는 일들을 좋아하고 그래서 잘하고 싶다.

+좋아하는 순간: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


-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뭔가요? 

어렵다.. 너무 많아서.. 매일 아침 요거트랑 사과를 챙겨먹긴 하는데 가장 좋아한다기엔 이젠 습관이라.. 극단적으로 매일 먹어도 괜찮을만큼 좋아하는 거라면 콩비지찌개(+김치)! 생애 마지막 식사라면 엄마의 마파두부밥!


-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무조건 포르투갈! 여행지에서의 익숙함을 좋아해서 가능하면 오래 머무르는 편이라 2주간 리스본과 포르투만 다녀왔는데. 풍경, 음식, 음악, 분위기, 사람들 모든게 그저 완벽하게 좋았던 여행이었다. 벌써 5년 전이라니ㅠ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가보고 싶다. 그리워라..


- 요즘 회사 생활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우선 재미가 없다. 대체로 회사를 '재미'만으로 다닐 수는 없겠지만 내가 지금껏 회사를 선택해온 가장 큰 이유는 호기심이었기 때문에 흥미가 없어졌다는 건 꽤 큰 고민이다. 서당개도 3년이라더니 이곳에서도 어느새 4년차인지라 이제 어느정도 알았다는 오만이 자꾸 고갤들고 있다. 물음표가 없어진 자리에 대신 어떤 걸 채워넣어야 할까, 다른 물음표를 찾아야 할까, 하며 방향을 찾는 와중에 책임감만 무거워지니 스스로 폄하해왔던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되고 있는 것 같아 괴로운 요즘이다.


- 요즘 어떤 플레이리스트에 가장 많이 반복하는 곡은 무엇인가요? 

요즘처럼 머리가 복잡할 때 출퇴근길이나 목욕할 때는 가사 없는 연주곡 한 곡만 연속 재생으로 듣는 편. 아그네스 오벨의 september song이나 92914의 음악들, 조성진 피아니스트 연주곡들을 좋아한다. 지난 서재페에서 호세 제임스 라이브듣고 뿅 반해서 플리 채워두고 한창 듣는 중


-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과 그 이유는?  

두유와의 산책. 실외배변견의 견주로서 아침저녁 하루에 최소 두 번의 산책이 어느새 출근 전, 퇴근 후 하루를 정돈하는 나만의 리추얼로 하루 중 가장 좋아하고 편안한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06-04-토

-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요?

건강한 사람. 내가 중한만큼 다른 생명들도 중히 여기는 사람. 인연을 소중히 다루는 사람. 


- 오늘은 어떤 때에 웃음이 났어요? 

보통은 두유 덕에 자주 웃지만 오늘은 엄마 덕에 크게 웃었다. 서울국제도서전 배달의민족 부스에서 소울푸드를 키워드로 짤막한 글을 쓰고 나니 엄마 생각이 불끈해지길래 코엑스에서 나오는 길에 전화를 걸었는데 엄마가 친구들이랑 있다고 이따 통화하자면서 뚝 끊어버렸닼.. 사춘기 청소년 자녀를 둔 엄마 심정이 이런 걸까.. 홀로 촉촉이 젖은 채로 귀가했는데 아침 일찍 엄마가 전화해서 어제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노래방 갔는데 신나서 끊었다고 미안하다고. 엄마가 넘 귀엽고 건강히 잘 계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고 그사이 애창곡도 바뀌어서 여러모로 웃음이 났다.


- 올해 남은 기간 중 가장 기대가 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pt센터에서 분기마다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하는데 이번에 신청했다! 어제까지 잔뜩 먹어서 몸무게를 최대치로 뿔려놓고 오늘부터 시작했는데 그간 비포 몸무게를 핑계 삼아 너무 먹어서.. 허허 앞으로 6주간 열심히 운동해서 더 건강해질 내 모습이 기대된다! 1등은 나의 것!

+6/6 두유 형제들과의 공동 생일파티. 이렇게 다같이 만나는 건 처음이라 너무너무 설렌다ㅠ

+올 하반기에는 지난 3년간 준비해온 영화도 드디어 개봉을 앞두고 있고 사주를 맹신하진 않지만 올해는 하반기에 직장운이나 대인, 연애운이나 전반적인 운 흐름이 좋대서 (대놓고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올해 남은 하루하루를 은근히 기대하며 맞이해야지.


*06-09-목 

-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는 무엇인가요? 

사랑하는 이들이 지나온 이야기. 업무적으로는 극이 끝난 후 일상에서도 이어지는 이야기, 질문이 잇따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06-11-토

 - 10년 후 일하는 나의 모습은 어떨까요? 퇴근 후 나의 모습은 어떨까요?

10년 후라.. 지금은 아득한데 또 금방 오겠지. 딱 30대 중반인지라 마침 10년 후 40대 중반(세상에나..)을 생업 전환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한창 고민 중이다. 아직은 막연하지만 뭐든 애쓰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아하기 때문에 애쓰는 일도 이젠 좀 지쳐가고 있는 것 같아서. 10년 후 과연 어떤 일을 선택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보고 읽고 쓰는 일은 이어가고 있었으면 좋겠다. 퇴근 후에는 물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 집에 돌아오는 길엔 무얼 봤어요? 무슨 생각을 했어요?

운동 직후 달렸다. 피곤하긴 했지만 몸도 가볍고 날씨도 좋고 어쩐지 잘 달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스타벅스에서 바닐라더블샷 아이스 톨컵을 테잌아웃해 머리를 고쳐묶고 한모금 쭉 빨며 달렸더니 여기가 낙원이구나, 너무 맑은 날보다 오히려 구름이 껴있는 조금 흐린 날에 나는 더 멀리 잘 달릴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정말 오랜만에 흙바닥을 기어다니는 개미를 보며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데 개미들도 가끔씩 챙겨봐줘야겠다 생각하며 돌아왔다. 


*06-14-화

- 마음을 무겁게 했던 일도 있었어요? 

며칠 전 친구 어머니가 급하게 허리 수술을 받으셨다. 바로 어제는 두유에 대한 오만걱정으로 뒤척이며 하루를 보냈다. 한해 두해 나만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고 야속하게도 부모님도, 친구들도, 두유도, 주변도 늙어간다는 사실을 절감할 때마다 이렇게 서늘해지곤 한다. 새삼.. 별일 없는 날이 별일처럼 느껴지는 날이면 나와 주변의 안녕에 대해 골똘해지는 거다.  

확실한 건 갈수록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일이 마치 세상의 중심인양 나를 갉아내며 휘둘렸는데 이제는 꽤 균형을 잡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그런 때가 된 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오늘은 온통 엄마가 들으면 등짝스매싱 맞을 생각들을 하며 달렸네.. 


*06-19-일

전날 스쿼트-데드리프트-케틀벨스윙-워킹런지하고 다음날 아침에 그룹 수업 갔다가 오후에 4분대 페이스로 3km 달리고 결국 엉치뼈 나간 사람의 기록


*06-29-수

수상했던 엉치뼈가 영 차도가 없어 미루고 미루던 병원에 갔더니 이게 웬걸 맨 아래 디스크에 염증이 생겼다고.. 하 의사 선생님께 최소 2주간 운동 금지를 선고받고 호옥시나하는 마음으로 달리기는요? 물었다가 아주 호온났다.. 더 큰일이 아님에 감사하며 다지고 다짐했던 챌린지는 마음을 비우기로. 당분간은 요양할 겸 생각할 겸 길게 걸어보려고 한다. 어느새 6월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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