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즈베리맛젤리 Feb 10. 2021

너의 때가 있거늘

내인생에 물음표가 생겨나려 할 때





내가 20대 때, 아버지께서 하신 말이 오래도록 기억이 남는다.



이 당시, 나는 승무원 면접에서 계속해서 낙방하고 있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내+외항사+저가항공사 등등 통틀어서 넣은 모든 항공사에서 1차 면접을 단 한 번도 붙어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1년이 다되어가도록..


그렇게 내 인생의 느낌표들이 얄궂게 힘을 잃고는 꼬구라져 물음표로 바뀌어가고 있는 듯했다.

'이 일을 준비하는 게 맞을까...?'

당시, 내 인생에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가 생긴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묻는 물음표는 점점 더 많아지는 하루하루였다.

'드라마나 책에서는, 이러한 시련에도 긍정 파워 뿜뿜 하던데... 나는 대인배가 되긴 글렀구나..'

그냥 내 자신의 속좁음을 인정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이 날도, 떨어졌지만 가족과 다 같이 밥은 먹어야겠고.. 

터덜터덜 밥상 앞에 앉았다. 

가족들은 면접에 대한 이야기는 묻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대뜸, 이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람은 자연과 같아서, 너의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너무 나도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자연 속에는,

그 속에 모든 것들이 움츠러드는 시기와 피는 시기가 하나같이 다 다르다고.

사람 또한 자연과 똑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당시에는, 힘이 되지 않았다.

 내가 떨어진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어린 마음에, 그냥 듣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결론적으로 나는 떨어졌으니.. 

그리고 붙을 사람들은 붙었으니.

내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아빠 말대로라면, 

그렇다면 왜 나만 피어나는 시기가 이렇게 더딘걸까..?'

괜스레 기분이 더 나빠지기만 했다.


 한마디로 아버지의 말씀은 내게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일까. 

10년이 지난 요즘, 나이가 들어가는 요 근래.

 이 말을 자꾸만 곱씹게 된다.  


오래전 아버지가 지나가듯 해주신 말씀이, 

나이가 들어가는 요즘 생생하게 머릿속에 맴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아마도 다시 물음표들이 내 인생에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만큼은 그때의 아버지의 말씀을 한 손에 움켜쥔 채, 용기 내서 꾸준히 내 갈길을 가볼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가격리 4일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