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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즈베리맛젤리 Sep 29. 2020

자가격리 4일째








도착한 날, 부랴부랴 깨끗이 씻어내고 엄마가 사다 놓은 닭다리를 뜯으며

무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2일째.

아침에도 꽤 일찍 눈이 떠졌다. 

어제 공항에서 받은 팸플릿을 꺼내서는 다시 한번 읽었다. 

'..보건소는 3일 안에 가야 한다..'

퉁퉁부은 얼굴로 일어나자마자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결국엔 기다리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오후 1시까지 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말에 안심하고 전화를 끊었다. (딱 맞춰서 오후1시까지 오라고 안내받음..!)



영국 비행 후, 홍콩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지만.

괜스레 걱정되는 마음에 하루빨리 한국에서 검사를 받고 싶었다.

홍콩에서는 Saliva Test (타액 검사)를 하기 때문에 한국과는 다르다. 그저 침을 뱉어서 하는 검사이기때문에, 한국에서 시행하는 비강에서 채취하는 침을 채취하는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보건소에 도착하니, 내 앞에 5명이 대기 중이었다. 3명은 야외에서 따로 앉아있었고

2명은 엠뷸런스 안에서 대기 중이었다.

눈에 보이는 의자 중 가장 먼 곳에 털썩 앉아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면봉으로 코의 제일 깊은 곳까지 찌른다는 말에 괜스레 겁이 났다.

'울었다는 후기도 많던데..'

초조하게 앞에 5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어느새 검사소에는 나뿐이었다.

장갑을 끼고 비장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체념한 채, 두 눈을 꼭 감았다.

"네, 끝났습니다." 

엥? 벌써 끝난 게 신기할 정도였다.

'어? 안 아픈데?...'

딱히 아프진 않았는데,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흥건하게 나와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단 아프지 않았다..! 



* 그리고 바로 다음날 오전 9시 42분에 음성이라는 반가운 메시지를 받았다. 

24시간 안에 검사 결과를 알 수 있어서 속 시원했다..! *




3일째.

피로가 쌓인 건지, 이 날은 거의 12시까지 잠을 잤다.

 원래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2번 자가진단을 해야 하는데, 늦게 일어난 나로서는 아침에 자기 진단을 하지 못했었다. 그랬더니 비상연락망으로 해놓은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딸이 지금 잠을 자고 있는데, 깨워야 하냐고 물어봤다고 했다. 

결국에 늦게 일어난 나는 부랴부랴 자가진단부터 끝내버렸다. 




4일째.

나는 주로, 컴퓨터를 한다. 방한칸에 하루 종일 있는 나로서는, 컴퓨터가 제일 할 거리를 많이 제공해준다.

폰을 잘 만지지 않고 내 옆에 가만히 두었더니.

위치, 동선 감지가 되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알람이 오기 시작했다.

'엥..? 계속 돌아다닐 수도 없는 일인데 어떻게 한담..?'

결국 3번째 확인 버튼을 누를 때는, 담당공무원에게 통보되었다는 알림이었다.

'이럴 수가... 굉장히 열심히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데, 이게 뭔 일이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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