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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즈베리맛젤리 Sep 21. 2020

약간의 거리를 두는 연습이 필요했다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을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읽던 때가 있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인 듯하다. 

그중에서도 어제오늘 유난히 생각나는 구절이 있어서 찾아봤다.




..  노인의 불행은 누가 나를 부축해주지 않아서가 아니다. 부축받지 못했다고 불평하는 순간 불행해지는 것이다. 세상의 불행은 대부분 이런 사고방식에서 생겨난다..


..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 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   건물의 환기를 위한 창문의 위치와 집의 구조를 빗대어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어머 니니는 사람이나 집이나 약간의 거리를 둬 통풍이 가능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말을 이해 못한 건 아니었지만, 딱히 마음에 와 닿지 않았었다.

하지만 문득, 이 말이 오늘만큼은 찐하게 내 마음속에 다가왔다. 



사람에게 애착이 생기면, 기대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나도 모르게 내가 상대방에게 해준만큼 혹은 그에 못 미치더라도 어느 정도의 배려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러한 배려를 받지 못했을 때의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작은 바라는 것 없이 상대방에게 해주고자 했지만, 막상 상대에게 댓가성의 배려를 받지 못했을 때의 기분이란..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혹은 내가 그 상대에게 실망하도록 만들어 버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느낄 때면, 기대한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화가 나곤 했다. 

사실 상대의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저, '상대방도 이렇게 해주겠지?.'라는 나의 막연한 기대가, 나를 더 실망하게 만들었을 뿐인데 말이다. 




오늘 문득 이러한 실망감이 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으려고 할 때 즈음. 

<약간의 거리를 둔다> 이 책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의 포인트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내가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으며, 약간의 거리를 두었을 때 정말 좋은, 건강한 관계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불행은 내가 기대한 만큼 받지 못했다는 불평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내가 상대방을 아낀다는 생각안에 사로잡혀, 혹은 우리가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혼자 기대하고 실망해버리는, 이러한 반복되는 감정이 괜찮은걸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러한 반복적인 감정 기복은 나와 상대방의 관계를 건강하게 할 수 없었다. 

상대방과 나 사이에 바람이 지나가고 통풍이 될 수 있을 만큼의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약간의 거리를 둠으로써, 상대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서로가 다른 생각을 가졌기에 다른 행동이 나올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생각해보니, 괜스레 모든 상황이 이해될 법도 한 기분이었다.

'왜 상대는 이렇게 해주지 않았을까? 나라면 이랬을 텐데..'라는 나의 당연한 생각이, 

상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다름은 이해할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라도 이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우리가 다를 수 있음을,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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