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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즈베리맛젤리 Aug 10. 2020

밥맛이 다르다?

믿지않았던 그 말..





어릴 적부터 밥은 진밥과 고두밥 정도로만 나뉜다고 생각했다. 밥맛은 그 이상도 이하로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사람들이 가마솥밥이 더 맛있다고 할 때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난 그저 밥을 먹기 바빴다. 그래서였을까, 텔레비전에서 밥솥을 선전할 때 말하던, 밥맛이 다르다는 말이 내 마음에 와 닿았던 적이 없었다



작년 홍콩으로 넘어올 적, 나에게 주어진 무게는 40kg이었다. 한마디로 밥솥과 같은 무거운 것은 들고 올 생각도 못했으며, 지내는 곳에서도 밥솥이 구비되어있다는 말에 과감히 포기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곳에서 외국 출신의 일반 밥솥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버튼이 딱 하나 있는데, 아래로 당겨 누르면 밥이 15분 만에 완성된다. 딱 한 가지의 기능이 있는 이 일반 밥솥. 처음에는 이 밥솥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겼다. 하지만 쌀을 불려 넣지 않았더니, 생쌀을 씹는 느낌이었고, 불려서 했더니 이상하게 밥에 맛이 없었다. ' 헐.. 밥맛이 너무 없다! ' 처음 받은 밥맛에 대한 충격이었다. 할 때마다 밥에서 생쌀 냄새가 나는 이 기분... 기분 탓인가?..



가족과 통화할 때도, 남자 친구와 통화할 때도 나는 밥맛이 너무 다르다며, 신기하다고 말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몇 달째 홍콩에서 밥을 해 먹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 고역스러웠다. 결국 한국에서 밥솥 하나가 도착했다. 감사하게도 남자 친구가 압력밥솥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애지중지하며, 없는 공간에 공간을 만들어서 압력밥솥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는 지은 첫 밥맛은 손뼉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룸메이트와 그 자리에서 밥맛이 다르다며 소리쳤다! 그 이후에 버튼 하나짜리 일반 밥솥은 우리의 큰 서랍 장안으로 들여놔버렸다. 최근에 이렇게 다시 찾아온 밥맛에 너무나도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밥맛은 정말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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