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정말로 너무 오랜만에 온 전화라, 친구가 잘못 눌러서 부재중이 찍힌 거라고 생각했다
부재중을 본 이상, 전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야? 잘못 누른 거야? 왜 전화했어?"
맞다. 우리는 너무너무 친한 고등학교 친구라, 이런 말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둘이 낄낄대며,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시 취업을 해서, 원래 살던 동네로 이사를 갔다는 친구.
이 나이가 된 이상, 더 이상 친구에게 직업이나 취업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
어련히 알아서 잘했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한창 말을 이어가던 도중, 친구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 나 공무원 됐어..."
"...? 뭐라고??????????????"
언 4년 전, 공무원 준비를 시작한다던 친구는
어느 순간부터 공무원 준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기에, 나도 자세히 물은 적이 없었다.
다른 회사에서 일을 잘 다니고 있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공무원 준비를 그만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친구가 공무원 합격 후 일을 시작한 지 3개월이나 지났다고 했다.
"뭐야 왜 이제 말해!? 다른 애들은 알고??
야 빨리 만나서 축하 파티하자!!!"
나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본인이 친구에게 말하는 것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축하도 잠시
친구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가슴을 찔렀다
"나는 내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이 직무를 선택했는데 잘 맞는지 모르겠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듣고 있었다
공무원이 되었다는 친구의 말이 더 기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친구의 다음 말에 내 눈앞은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00아, 나는 내가 공부하던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지금의 내가 더 불행해
가슴이 먹먹했다.
오랫동안 염원해오던 합격의 끝에,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게 슬펐다
"아직 3개월밖에 안돼서 그런 걸 거야, 우선 1년만 버티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자.
사람이란 게 원래 적응의 동물이라니까! "
최대한 위로하려고 애썼지만
혹은 친구의 푸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전화를 끊고도 친구의 말은 내 머리를 맴돌았다.
다시 다른 직업을 찾고 있는 나에게, 가슴 깊이 박히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