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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Jan 29. 2023

인천의 서쪽에 있는 동인천

그리고 인천 동쪽에는 서구

동인천은 인천의 서쪽에 있다. 인천에 포함되어 있는 강화도와 영종도 같은 섬들을 제외하면 완전 서쪽이다. 항구와 붙어있으니 동쪽이라고 불릴 이유가 없어 보일 정도다. 게다가 서인천이라고 불리는 지역인 인천의 서구는 오히려 인천의 동쪽에 있다. 이런 아이러니하면서 일종의 방향감각의 상실은 인천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역사를 개항장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천은 지금의 항구 지역 정도로 축소된다. 그 시절의 인천이라는 기준에서 동인천이라는 개념이 생겼던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인천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실제로는 동쪽에 있지만 전체 개념상 서구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도 생겼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나는 인천의 북구에 살았다. 어릴 적 지금의 부평과 계산동일대를 북구라고 했었는데 그 시절 학군과는 맞지 않게 나는 동인천의 제물포 고등학교를 다녔다.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동인천은 나의 마음의 고향이 되었다. 마음의 쉼이 필요할 때는 동인천을 찾아 무작정 걷기도 하는데 서울의 명동이나 홍대거리를 걷는 것과는 전혀 다른 침착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주변에 동인천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하고 기회가 되면 그 거리를 같이 걸으려고 한다. 거기에 가면 걷는 것이 참 행복한 느낌이 든다.


뱅쇼 한 잔을 시켜서는 인천항이 보이는 카페의 창 앞에서 답답하기 그지없는 작은 바다를 보고 있다. 인천의 바다는 참 멋이 없다. 항구가 둘러싸고 있고 해변은 없으며 항상 닫혀있는 모습에다 가끔은 물이 빠져 진흙의 모습만 남아있는 뻘밭이 눈에 거슬리기 십상이다. 인천을 잘 모르는 사람이 내가 인천에 산다고 하면 각종 해산물을 기본 반찬으로 아침저녁에는 바다를 보며 살지 않느냐는 식의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인천의 바다를 인식도 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그 정도로 작고 더럽고 닫힌 바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내 마음의 고향이 되었다.


동인천에는 연극이 있었고 음악이 있었다. 지금은 흔적만 남았지만. 나는 필라델피아에서 공부했는데, 필라델피아의 시청에서 남서쪽으로 내려오면 이백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형성된 오래된 골목들이 줄을 지어 있다. 나의 유학 시절에 나는 영화 록키의 그 유명한 골목길 러닝 신에 나오던 거리를 걸으면서 동인천의 골목을 떠올렸다. 그 길에서 가끔은 위안을 받기도 했다. 그 골목길을 반대로 나가면 필라델피아를 가로지르는 델라웨어 강이 나오고 대서양을 마주하는 항구가 보이는데 꼭 동인천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인천의 서쪽 끝에 있는 동인천은 아이러니의 장소다. 적어도 나에게는. 백 년 전 개항장 시대의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오늘의 생기가 살아있다. 혹시라도 동인천의 아이러니를 모르신다면 오늘이라도 와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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