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해 Mar 11. 2022

급할수록 챙겨야 할 디테일

어쩌다 맡은 일로 정신없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일이라는 게 누가 시켜서 하기도 하지만 내가 필요해서 알아보다 보니 담당자가 없어서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회사에서 그런 일은 주로 티가 안 나거나 허드렛일이다. 누군가 해주면 편하지만 아무도 안 하면 불편한 일이 있다.


주차권 할당도 그런 일에 속한다.


1년에 두 번 주차 관리팀에서 주차권을 갱신한다. 인원수에 비해 주차자리가 여유롭지 않아 주차권 얻기는 쉽지 않다. 팀 내에서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정말 불편한 사람들 위주로 서로 돌아가면서 사용하거나 그럼에도 할당받지 못하면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나도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다가 작년에 운이 좋아 (팀원들이 다 대중교통 선호자여서) 주차권을 얻게 되었다.


사내 시스템에서 주차권 갱신이 이루어질 거고 시스템이 변경되었다는 공지는 계속 오는데, 정작 주차권 배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결국 주차관리팀에 연락해보니 담당자를 우리 조직의 리더인 임원분께 메일을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임원은 전용 자리가 있고, 심지어 기사도 있는데, 주차권 메일은 보지도 않으셨을 듯....)


깊은 한숨을 쉬며 주차권을 주면 내가 배부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그 일이 나에게 넘어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허드렛일이고 나누어주어도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불평불만을 들어야 하는 일이라 아무도 안 하려는 일이었다.


어쨌든 주차 등록 갱신 기간이 2일 남은 상태였고 조금 급한 마음에 전체 인원수를 기준으로 조직 인원 비율을 계산하여 주차권을 나누고 각 조직 리더분들께 전달했다. 조직 리더분들은 당연히 밑에 담당자들에게 메일을 포워딩했고, 그때부터 담당자들이 연락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주차권이 적어요?

이 숫자는 어떻게 나온 거예요?

전체 명단은 어디서 얻었어요?

이걸 어떻게 등록해요?


다양한 전화와 메일을 받았다. 상위 조직을 잘못 분류해서 전달했고,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임원에게 전달된 추가 주차권도 있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게 일을 처리했다면 좀 더 검토하고 알아보고 생각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조급한 마음에 급하게 처리하려다 실수가 생겼다. 메일을 한 4-5차례를 보내고 나서야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최근 여러 가지 이슈로 인원들의 불만이 있는 상태이고 민감한 사항 중 하나가 주차권이라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원래 불만은 사소한 데서 나온다. 나도 원래 담당자가 아니라서 어쩌고 등 변명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어쩌다 맡은 일도 일이다. 제대로 잘 해낼 줄 알아야 한다. 사소한 디테일이 그 사람의 역량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정작 실전에서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하지만 느슨했던 정신을 다잡기에 좋은 경험이었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도 모두 완벽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의 이미지를 망치기는 아주 쉽다. 작고 사소한 부분을 무시하는 것만으로도 만회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입기 때문이다." <<디테일의 힘>> (왕중추 지음)


요즘 스스로의 모습을 여러 모습에서 점검 중이다. 정확히 말하면 점검은 아니고 내가 놓치거나 빨리 대응하지 못한 일로 요청을 받는 등 사건이 생기자 스스로의 모습을 반강제적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거야. 자책보다 스스로 격려하며 다짐한다. 나에게 온 아주 작은 사소한 일도 소홀히 하지 말자. 디테일이, 한 끗 차이가 중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기 쓰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