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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lee Aug 08. 2018

유학 생활, 쉽지는 않다.

그만둔다고 실패한 건 아니야.

나는 내가 힘든 일이 있었다는 걸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는 타입이기 때문에, 나의 친구들은 내가 외국에서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잘 살아나가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말할 기력도 없었다는 것을. 기나긴 첫 여름방학을 맞아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독일 음대 유학 진짜 너무 힘들다!


나의 대학원 생활은

여름학기 (4월 첫째 주 개강 - 7월 초중순 종강)

겨울학기 (10월 첫째 주 개강 - 12월 중순 크리스마스 방학 - 1월 첫째 주 재개강 - 2월 마지막 주 혹은 3월 첫째 주 종강)로 나눌 수 있다.

독일 북부 지역은 겨울방학이 약 1달 반이고, 남부지역은 1달이 더 긴 것으로 알고 있다.


첫 번째 고난으로는 공부량을 들 수 있다. 매 학기마다 최소 30학점의 수업을 들어야 하고, 1학점 당 30시간의 시간이 소모된다. 수업시간, 과제 시간, 공부시간, 콘서트 준비시간이나 콘서트 시간이 모두 포함된 시간이고 보통은 30시간을 꽉 채우지 않지만 원칙적으로는 매 학기당 900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여름 학기에는 한 달에 약 300시간을 써야 하는 사태가 발생. 하루에 약 8시간으로 주 6일 정도 학교를 가는 것 같다. 바쁜 날엔 14시간 이상도 일정이 있다. 보통의 석사는 4학기 만에 공부를 끝내지만 모든 것은 지도교수님의 마음이기 때문에 우리 과 사람들은 보통 120학점보다 훨씬 많이 수업을 들어야 하고, 학점 취득한 과목도 또 들어야 하고, 5-6학기에 졸업공연을 하고, 6-7학기에 논문을 쓴다. 4학기 졸업은 교수님도 반대하고, 매 학기 900시간의 압박 때문에 학생들도 못 해내는 편. 공부량에 지쳐 학교를 떠나는 유럽 유학생들도 있다고 들었다. 정말로, 이해합니다!


두 번째 고난은 온 세계 사람들의 익숙하지 않은 영어 억양이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한 겨울학기 수업은 대부분 학술적인 것들이라 혼자서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고, 여름학기 수업은 토론이 많았다. 나는 차라리 혼자 공부하는 게 훨씬 편했을 정도인데, 글로벌을 지향하는 학과 특성상 온갖 대륙에서 모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한평생 한국에서만 살며 미국 억양만 접했던 나로서는 정말 새로운 세계였달까. 친구들과 앉아있는데 같은 언어를 쓰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온 신경을 기울이는 게 하루 일과. 유러피안, 아시안의 억양에 익숙해진 지금은 남미 친구들이 등장했다. 하하하하!(물론 성인이 되어 독일어를 시작하고 공부하신 분들보단 훨씬 쉽다. 대단하신 분들!)


세 번째 고난은 날씨. 날씨. 날씨. 지금이야 해가 9시에 지고, 아무리 더워도 35도 안팎에(에어컨이 거의 없기 때문에 30도만 넘어도 힘들기는 하지만), 원래는 20-25도를 유지하는 북독일의 여름이지만, 겨울엔 일주일에 7일간 비가 오고 오전 11시쯤 밝아져서 오후 3시부터 해가 졌다. 그리고 계속 비가 왔다. 정말 계속. 그치질 않았다. 겨울은 10월에 시작해서 4월 초쯤 끝났다. 반년이 넘게 맑은 하늘을 보질 못했고, 햇볕도 보질 못했다. 매일 흐리기 때문에 한국의 겨울과 달리 햇살이 정말 아예 없는 수준.


네 번째 고난은 비자. 아 비자청 정말 맨날 말 바꾸고 지역이나 담당자마다 기준이나 요구 서류도 다 다르고, 나나의 경우 워킹 홀리데이 비자가 끝난 후 임시비자를 받아 학생비자를 준비할 시간을 벌고 학생비자로 전환을 했기 때문에 비자청만 4-5번을 갔다. 그리고 내가 사는 도시는 거주 등록된 구역의 외국인청에서만 비자를 신청할 수 있고 예약을 할 수 없어 새벽 4시에 가서 줄을 서고 이름을 쓰고 비자 업무를 봤다. 비자 업무가 끝나고 나오면 오전 11시 정도. 약 4주간의 겨울방학을 한국에서 비자 관련 서류를 받고, 여기서 받아야 하는 다른 서류들을 준비하고, 비자청에 가느라 다 소모했다. 또 1년의 학생 비자를 받았기 때문에, 다음 겨울 방학도 비자받는데 다 쓸 예정.



나는 지도교수님이 심리학 부전공을 하셨고 학생들을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스타일이라, 문제가 있거나 너무 우울해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시려고 하신다. 8명의 석사 중 6명이 아시안이기 때문에 학과 내 인종차별도 없는 편. 하지만 교수님의 방관, 인종차별, 맞지 않는 전공으로 고생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어머 쟤는 외국 나가더니 잘 먹고 잘 사나 보네 - 하는 유학생은 몇 명이나 될까. 다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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