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귀엽지만.......
때는 2016년 9월, 대학원 2학기의 산뜻한 개강 첫날 집을 나선 나는 5분도 지나지 않아 삐약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내가 아기 고양이가 너무 보고 싶은가 보다 하고 걷고 있었는데, 도로변으로 나있는 1대짜리 빌라 주차장에 너무도 명백하게 버려진 아기 고양이들.
몸 곳곳에 배설물이 묻어있고, 날파리가 꼬여있었다. 30분을 서있었지만 어미가 숨겨놓고 나갔다기엔 너무 개방된 위치인 데다 탯줄도 떨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집"에 담긴 채 주차장에 있는 아이들. 이미 독일로의 출국이 결정된 상태라 둘째를 들일 수도 없었고, 이십 대 초반에 박스에 담겨 버려진 아기 고양이들을 돌봤지만 다 무지개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정말 한참을 망설였다. 아기 고양이들은 어미가 없으면 아프기도 쉽고 생존율도 낮다. 하지만 너무나 명백하게 버려진 이 고양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도 없었다. 교수님께 연락을 드리고 곧장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아기 고양이 구조시 Tip
어미가 올 수도 있으니 자리를 비켜주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지켜본다.
가끔 어미가 사냥을 나간 사이 새끼가 탈출하기도 하지만 깨끗한 상태의 고양이라면 어미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파 보이거나, 어미가 없거나, 버려진 것이 확실할 때만 구조한다.
이 모든 상황이 확실하다면, 동물병원에 가서 고양이 전용 초유/분유와 젖병을 구입하고 따뜻한 물을 페트병에 넣어 수건으로 감싸 박스나 집에 같이 넣어준다. 아기 고양이는 스스로 체온조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집에 고양이가 이미 있다면 박스나 집으로 격리시켜주는 것이 좋다.
배가 이미 너무 홀쭉한 상태라 분유를 먼저 먹이고 배변 유도를 해줬다. 배변 유도는 두루마기 휴지보다는 화장지, 화장솜, 물티슈 등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자주 해줘야 하기 때문에 두루마기로 했다간 피부가 헐 수도 있다.
분유 농도는 분유 통에 맞춰진 용량대로 해야 하고, 그때그때 만들어야 하지만 1-2시간 간격으로 우렁차게 울어대는 아기 고양이의 요구를 맞추려면 적당히 타놓고 냉장보관을 하다가 중탕하고 급여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손목 안쪽에 몇 방울 떨어트려 온도를 체크하고 수유하면 된다. 물론 아기 고양이의 배고픔은 새벽이라고 가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달 정도는 잠을 자지 못했다.
약 3일이 지났는데 아래의 아이가 계속해서 설사를 했다.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갔지만 너무 작은 아이라서 혈관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수액을 놓을 수도 없었고, 기생충의 가능성이 있어 기생충 검사를 했다. 문제가 없었지만 밥을 잘 먹지 않고 설사만 했다. 지인이 일하던 2차 병원에 데려갔고 범백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렇게 작은 아이가 어미의 돌봄 없이 범백에 걸리는 경우 폐사율이 99프로다.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너무 작아서 화장 비용이 2만 원도 나오지 않았다. 하루 입원비 11만 원, 수액, 범백 항체 주사, 검사비, 기타 치료비로 하루에 30만 원을 넘게 썼다.
고작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너는 알까.
너는 나를 선택할 수 없었지만
그 잠시의 시간으로 네가 조금 편안했다면 그걸로 되었지.
-2016년 9월 5일의 일기-
작은 아이가 떠나고 큰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범백은 음성이었지만 너무 작아서 검사 결과가 정확히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어미가 없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 뒷다리에 있던 작은 생채기가 점점 커졌고, 그 결과 뒷다리 전체가 벌어진 상처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혈관을 잡지 못해 수액을 놓지 못하면 죽을 거라고 했다. 한 번에 혈관이 잡혔고 이제 안심인가 했는데, 입원해있는 동안 아무리 규칙적으로 연고를 바르고 항생제를 맞아도 상처가 커지기만 했다. 병원에서는 이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입원해서 치료를 해줄 수는 있지만 의미가 없을 거라고 했다. 살아난다 해도 다리를 절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화로 소식을 듣느니 집에서 보내주는 게 낫다 싶어 퇴원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정말 너무 심각했다. 상처가 너무 커서 배까지 침범했고, 뒷다리와 배에는 털이 없었다. 감염 때문에 발이 항상 부어있었다. 알람을 맞춰놓고 항생제를 섞은 분유를 먹이고 연고를 발라줬다. 나는 대학원 수업과 호스텔 리셉션 아르바이트, 공연을 병행하던 중이었다. 수업에도 데려가고 호스텔에도 데려갔다. 이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해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악기도 팔고 장비도 팔았다. 두 마리의 병원비는 길고양이 할인과 지인 할인을 받았는데도 이미 100만 원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
그런데도 얼마나 열심히 밥을 먹고 걸어 다니는지. 아픈 다리를 끌고 침대로 와 품에 파고드는 작은 고양이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손바닥만 한 이 죽도록 아픈 고양이는 매일 내 어깨에서 쇄골에서 잠을 자고 뽀뽀를 해줬다.
정말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매일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를 받고 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집에 데려오고 난 이후 기적처럼 상처가 낫기 시작했다.
이쯤 부터는 이유식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미묘가 없기 때문에 분유를 조금 오래 먹였다. 어느 순간 젖병에 구멍을 내기 시작해서 분유에 사료를 으깨서 주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사료를 물에 불려 급여했고, 이빨이 간지러운지 언니의 사료를 탐내기도 해서 굉장히 빠르게 건사료로 넘어갔다. 스스로 화장실을 찾기 시작해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확연히 늘어났다. 사료를 먹기 시작하면 폐사율이 확연하게 떨어진다. 안정기에 접어든 것이다.
사정을 들은 지인들이 5만 원, 10만 원에서부터 30만 원까지 도움을 주셨다. 고양이는 건강해졌고, 비다 못해 마이너스이던 통장도 괜찮아졌다. 예쁜 얼굴 덕에 입양은 쉽겠다 했는데, 마침 지인을 통해 입양하고 싶다는 분이 나타났다.
요츠바라는 새 이름도 얻고,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예쁘고 튼튼한 어른 고양이로 자라났다. 에나라는 동생도 생겼다.
독일 생활 10개월이 지나고 잠시 한국에 갔을 때 만났다. 나를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날아다닐 정도로 튼튼해졌다. 어찌나 사랑을 많이 받았는지, 털 결부터 태도까지 모든 게 다 달랐다.(우리 집에 있을 때는 9살 언니 때문에 못 까불고 지냈다.)
입양해가신 분이 트위터 계정을 생성하셔서, 소식은 여기로 확인하고 있다.
아기 고양이를 구조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많은 아이 엄마 아빠들이 아기 키우는 것과 똑같다고 할 정도로. 금전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체력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나의 모든 일상을 다 바쳐야 하는 일이다. 물론 이렇게 해서 살려낸 고양이를 볼 때 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니까요. 모든 구조자분들에게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