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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광섭 May 16. 2023

세이노의 가르침

북리뷰 -3

요 근래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수익을 목표로 쓴 책도 아닐뿐더러, 저자는 '세이노'라는 필명으로 익명성을 보장하였기에 거리낄 게 없어 보였습니다. 가감 없이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준 느낌이랄까.. 물론 익명이 아니어도 거리낌이 없으실 것 같긴 합니다.



[세이노의 가르침]

- 세이노


    여태껏 짧은 삶을 살아오면서,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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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은 정말 의미가 있는가? 돈을 안정적으로 많이 벌기 위해서 대학을 많이들 가는 것 같은데(나도 그렇고). 근데 결과적으로 안정적으로 많이 벌고 있는가? 만족할만한 수입인가? 대학 안 가고 돈 버는 공부를 했으면 더욱 나은 형편이지 않았을까? 선택하지 않은 길이라 모르겠네.


2. 나는 회사에서 내가 받는 연봉만큼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직관적으로 그렇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럼 회사는 나에게 왜 돈을 주지? 시스템의 폐해인가? 일단은 교육의 목적인가? 회사 입장에서 나중에 본전은 회수하나?


3. 칼출근/칼퇴근 좋다. 왜? 계약서에 쓰인 시간만큼만 딱 근무하는 거니까. 근데, 계약서에 쓰인 근무시간(0830~1730) 동안 나는 화장실도 가고 딴짓도 좀 하고 멍도 좀 때리고 있지 않은가? 이거 계약 위반 아닌가? 일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4. 살면서 자살충동이 들 만큼 큰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소위 '밑바닥'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래도 괜찮을까? 물론 '크게 실패하지 않고 중간은 가는 삶'도 좋지만, 기왕 사는 거 맨 위부터 맨 아래까지 훑어보고 싶은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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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위의 질문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답을 얻어냈습니다. 책의 양도 많고 워낙 두껍기에 전부를 리뷰하긴 쉽지 않지만, 상기 4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풀어가며 리뷰를 시작해 볼게요.


    

1. 대학은 의미가 있을까?

    우선 '대학은 정말 의미가 있는가'입니다. 아.. '의미 없다'가 정답입니다. 물론 목표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 사회 만연에 퍼져있는 대학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하자면 '의미 없다'가 맞습니다. 아 참, 여기서 한국 사회 만연에 퍼져있는 대학에 대한 인식이란,, '좋은 대학 가면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라는 개념입니다. 아닌 분들도 많지만, 저는 이 케이스였으니까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의미 없었다'라고. 세이노는 '돈을 버는 것은 다른 보통 사람들과의 게임이지, 나보다 크게 잘난 사람과의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법조인은 법조인들과 싸워야 합니다. 의료계는 의료계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죠. 사업에 특출 난 재능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겁니다. 오히려 공부 잘하고 머리 좋다는 사람들은 이미 대학원/의료계/법조인/교수 등 전문직을 꿰차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데 이 사람들은 저의 '고객'이 될 수 있을지언정, '경쟁자'가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고 하나 더, 우리 사회는 정규분포를 띄고 있습니다. 수능을 예로 들어보자면, 1~3등급 인원보다 4~6등급 인원이 더욱 많습니다. 100명 중에 1등급 맞은 사람은 4명밖에 안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평균'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1등급을 맞은 사람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설득도 어렵습니다. 그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어렵습니다. 내가 1등급이 아닌데 어떻게 그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그들을 설득합니까. 열심히 공부하고 영업해서 그들에게 1000원짜리 볼펜을 팔아봤자 4개 해서 4000원입니다.


하지만 4~6등급 인원들을 대상으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50명 정도가 될 텐데, 그들을 설득하기란 더 쉽습니다. 왜? 내가 그들과 같기 때문에, 그들의 눈높이에서 설득할 수 있는 거죠. 그들에게 1000원짜리 볼펜을 다 팔면 50000원입니다. 이걸 알아야 한다네요.



희소식입니다. (ㅋㅋ)



2. 나는 연봉만큼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는가?

    자, 다음으로 "나는 연봉만큼의 가치를 이끌어 내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입니다. 정답은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면, 상관없다"입니다. 보통 회사가 잘 굴러가려면 '4 배수의 법칙'을 따라야 합니다. 직원 1명이 받는 연봉이 1000만 원이면, 그 직원은 4배인 4000만 원의 매출을 만들어내야 회사가 굴러가죠. 사업에 리스크가 하나도 없는 직원 입장에서는 당연한 처우이며, 회사를 굴리기 위한 CEO 입장에서도 최소 조건입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다릅니다.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당할 막대한 자본력과 시스템이 있습니다. 신입사원들을 뽑아 1~3년 손해 보더라도 괜찮은 거죠. 나중에 메꿔줄 테니까. 자본력이 있으니 장기적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일을 똑바로 안 하는 직원들이 많아도 괜찮습니다. 시스템적으로 꼭 필요한 일은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거든요.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자면, 직원을 쓰는 건 회사 관점에서는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겁니다. 제가 들어갈 회사 대표가 제게 이것저것 교육해 주며 '레버리지'도 알려줬습니다. 아울러 몸소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기에 고마울 따름이군요.



3. 워라밸 중요한가?

    자 그럼 요즘 저희 MZ들이 강하게 주장하는 '칼출근/칼퇴근' 워라밸의 삶을 들여다봅시다. 이건 각자의 가치관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저의 입장에서 워라밸에 연연하며 좋은 직장을 찾는 건 이제는 '전혀 의미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남은 일평생 직장과 '나의 삶'을 철저히 분리하여, 퇴근하면 회사 생각은 아예 꺼버리고 삶을 즐기겠다! 는 상황이면 워라밸을 위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삶의 가치관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런 삶을 추구하지 않고자 합니다. 힘들겠지만.. 이제 근무시간은 제게 의미가 없어야 합니다. 일 그 자체에 열정과 재미를 가지고(매번 그럴 수 없겠지만) 하고자 합니다. 내 일이 되면 그게 가능하지 않을까요? 세이노는 아무리 허드렛일이라도 제대로 하라고 말합니다. 커피 하나를 타도 제대로 타야 한다고 합니다. 주 5일제 근무를 통해 자유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을 아껴서 공부하라고 합니다. 관련된 다양한 사례도 일러줍니다. 쭉 읽다 보니, 결국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전부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지난 삶은 이랬습니다. 매일매일 천근 같은 몸을 일으켜 출근하고, 일하면서 '퇴근하고 싶다'라는 생각만 500번도 더하면서 스트레스받고, 퇴근 후 자기 전까지의 5시간의 달콤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전전긍긍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워라밸에 더 집중하게 되고, 퇴근이 30분만 늦어져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죠. 


그러지 말고, 제가 하는 일을 즐겨보려 합니다. 그러면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되어있습니다. '억지로' 하는 건 없을 겁니다. 물론,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위한 휴식은 의도적으로 가질 예정입니다. 근육도 운동만 해서는 자라지 않듯, 우리의 뇌도 '일과 생각'만 해서는 능률이 올라가지 않는다네요.



4. 실패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가?

    마지막으로 '실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살면서 운이 좋았던 건지, 이렇다 할 큰 실패를 겪어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성공만 한 것도 아니긴 합니다. 대학시절 어떤 학기는 1.9의 평점을 맞아 학사경고를 간신히 면해본 적도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공황장애에 빠져 병원에 다녀본 적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죽어라고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안 나올 때면, 혼자 질질 울던 적도 있었죠. 다만 이런 것으로는 약하다(?)라는 느낌입니다. 굳이 굳이 실패를 찾아갈 필요는 없지만, 큰 실패에 대한 뭔지 모를 불안감이 항상 저를 감싸고 있었거든요.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것이니 무섭기 마련이죠.

'역행자'의 저자인 자청은 삶에서 큰 실패로 인해 허덕이는 사람에게 '축복'이라고 말합니다. 그 밑바닥을 경험해 보았으니, 이제 이것저것 잴 것 없이 성공하는 길만 남았다고 하죠. 실제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왕년에 실패로 한가닥 했던 인물들이 많습니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으며, '실패'가 성공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실패로 인한 '가난'이 그들의 최초 출발점이었기에 그곳으로 언제라도 '되돌아가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언제든 제로 점으로 돌아가 재출발할 줄 안다는 것이죠. 실패가 두렵지 않은 겁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해서 실패를 하게 된다 하더라도, 옛날의 그 빚쟁이 시절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다시 살아날 자신이 있는 겁니다. 왜? 겪어봤으니까요.


자 합리화를 해보자면, 음.. 저도 뭐,, 실패해 봤자,, 저기 고향 집 가서 과수원 하면 되니까..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을 것 같긴 합니다.

저는 전교생이 20명이 채 안 되는 중학교에서 운 좋게 내신 점수를 잘 받아 청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갔습니다. 거기서 매번 하위권에서 머물다 운 좋게 좋은 선생님분들을 만나 고3이 되어서야 공부를 시작했고, 수능에서 찍은 게 잘 맞아서 괜찮은 성적을 얻었죠. 그렇게 운 좋게 대학도 왔고, 운 좋게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여기까지 온건 '열심히 하다 보니 어쩌다 운 좋게 여기까지 왔다'의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누구는 "너가 열심히 했고, 적당히 공부를 잘했고, 선택을 잘했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느낌은 아니여서요.. 그러니 출발지점으로 돌아가(고향집으로 귀농하여)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제 성격 중에 특이한 게 하나 있습니다. "~~ 을 해보았는데, 이렇더라~~"라고 말하려면, 그 분야에 대해 명확히 알고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는 강박? 같은게 있습니다. 여행에 대해 말 좀 해보고 싶어서 세계일주를 다녀왔고, 운동에 대해 말 좀 해보고 싶어서 바프도 찍어봤습니다. (물론.. 반쪽 짜리기는 합니다..ㅋㅋㅋ)프리다이빙도 깨나 해봤다 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번에 어드밴스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엔 '부'에 대해 말하고 싶더라고요. 완벽히 준비해서, "부를 이뤄봤는데, 이렇더라~~"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을 위해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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