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ma Jeon Jul 12. 2023

홍콩 소싱 머천다이저 Sharon이 한국에 사는 이유

The better place를 찾기 위해서 기꺼이 용기를 낸 이야기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 연설 기억하시나요?  우리가 인생에서 목적 없이 한 선택들이 이어져서 현재를 만들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대학교 때 들었던 타이포그래피 수업이 잡스의 디자인 감각의 기반이 되었고 결국 매킨토시를 탄생시킨 예처럼 말이죠.  


이 점들을 선택하는 순간에는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모릅니다. 한 점 한 점 모아져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죠. 스티브 잡스는 아니지만, 평범한 우리들도 사실 모두 이 Dots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을 만든 세 개의 선택, 쓰리닷(Three Dots) 연재를 하고 있어요.  30대 여성들을 위주로 인터뷰를 해보면서 개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장 흥미로운 쓰리닷을 공유해드리려고 합니다.


두 번째 손님으로 홍콩 소싱 머천다이저로 일하고 있는 Sharon을 만났습니다.  



1.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홍콩에서 온 방소분이라고 하고 영어 이름은 Sharon입니다. 제 나이는 37살이며, 2019년에 한국의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한국에 어학연수를 오기 전에는 홍콩 현지회사에서 글로벌 소싱과 제품 개발 등의 업무를 했습니다. 지금은 미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한국에서 취업하고 싶습니다.


2. 스티븐 잡스는 인생의 여러 점(dots)들이 찍히고 그걸 연결시켰을 때 현재의 모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분씨의 지금을 만든 3개의 터닝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첫 번째 닷은 2012년 독일 워킹홀리데이인 거 같아요. 함부르크의 무역회사에서 일했어요. 짬을 내서 유럽의 다른 나라도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도 접했고요.


두 번째 닷은 독일 워킹홀리데이가 끝나고 홍콩에 돌아와서 미국 무역 회사에서 일하며 승진한 일을 꼽고 싶어요. American Greetings라는 인사말 카드 생산 업체에 입사해서 Assistant Buyer에서 Buyer로 3년 만에 승진했죠.  


세 번째 닷은 2019년 1년 동안의 한국에서의 어학연수를 뽑고 싶어요. 서울시립대학교 어학당에서 공부를 했어요. K-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결정했어요.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의 문화, 사계절, 날씨, 음식에 모두 사랑에 빠졌어요.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어려웠지만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앞으로도 한국에서 일하며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3. 독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 게 특이해요.  어떤 회사에서 근무했는지 궁금해요.

함부르크에 위치한 식품 무역 회사에서 근무했어요. 홍콩에서 이미 무역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독일에서도 비슷한 업무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


회사는 저와 중국인 사장님 2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회사였어요.  중국으로 유럽 식품을 수출하는 회사였고 유럽 내 공급업체를 발굴하고 번역하는 게 제 주요 업무였죠.  폴란드산 분유, 독일산 우유, 스페인산 올리브유를 담당했어요. 당시에 폴란드에 출장을 가서 분유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특별하고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홍콩에서 태어나서 대학교까지 자라왔어요. 그래서 독일 워킹홀리데이는 저를 둘러싼 기존의 박스를 벅차고 나온 것과 같았어요. 독일에서 처음으로 맥주를 마셔본 정도였으니까요.  독일 딸기를 먹으면서 딸기가 그렇게 맛있는 지도 처음 알았고요.  독일에 도착해서 3개월 동안 베를린과 퀠른에서 일자리를 찾으러 노력했지만 실패했어요.  그러다가 페이스북에서 홍콩사람들을 위한 독일 워킹홀리데이 그룹 페이지를 찾았고, 거기서 지금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홍콩 친구들을 만났어요. 어떻게 해서든 네트워크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으려는 자연스러운 노력이었고, 덕분에 네트워크를 통해 함부르크의 일자리와 좋은 숙소도 구할 수 있었어요.


60대 독일 노부부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두 분이 따뜻하게 저를 챙겨주신 덕분에 안정감을 찾았어요. 아침을 만들어주시기도 하고 함께 요리를 하거나 베이킹을 했던 기억이 나요.


독일 워킹홀리데이 가기 전에 잠깐동안 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유럽에 살면 어떨까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고 작은 생각의 씨앗을 실행한 거였어요.  덕분에 인생에 처음으로 해본 일들이 많았으니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고 봐요.



4. 홍콩으로 돌아온 후 American greetings에 입사해서 3년 만에 Assistant buyer에서 Buyer로 승진했다고 들었어요.


American greetings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인사말 카드 생산업체예요.  Assistant buyer와 buyer는 둘 다 회사나 조직에서 구매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직군이에요. Assistant buyer는 buyer의 보조역할이라고 보면 돼요. 제가 있었던 조직에서는 Assistant buyer가 시스템을 관리하고 샘플 검사를 많이 하고, Buyer는 미국 개발팀과 연락을 많이 하고 공장들과 가격 협상 등의 업무를 담당했어요.


입사 한지 3년 만에 승진했지만 승진의 비결은 없어요. 사실 제가 승진을 원했던 것도 아니고요. 그냥 세심하고 열심히 일했을 뿐입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느라 모르는 부분이 많아 실수를 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실수에서 배우고 다음에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죠. 승진한 후에는 보조가 있으니 일이 더 수월할 거 같았지만 Buyer가 전반적으로 일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제가 다 체크를 해야 해요. 그래서 야근도 많이 했고요.


가장 기억나는 건 기존에 생산하던 카드 생산품목에서 벗어나 파티용품 카테고리를 처음으로 제가 리드했던 일입니다. 공장 컨택부터 샘플을 받아 대량생산하는 일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제가 세운 거죠.  



5. 현재 홍콩에서 일하고 있는 직무에 대해서 궁금해요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저는 IG Design Group에서 소싱 머천다이저로 근무하고 있어요. 회사의 대부분 거래처는 미국의 "Walmart"과 "Target"이고, 주로 "Target"을 위한 제품 개발 및 소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개발팀에게 트렌드와 개발하고 싶은 제품을 요청받으면, 중국 공장에 연락하여 비용 확인과 자재 변경 여부를 확인한 후, 모든 비용과 정보를 미국 개발팀에 제공합니다. 미국 PD팀에서는 최종 디자인을 보내주고 공장들과 비용을 재확인하고요. 최종 디자인을 미국 개발팀에서 Target에 제출하게 됩니다.


공장에 샘플 제작을 요청하는 일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조화 제품의 경우 색상이나 꽃의 디테일을 확인하여 샘플 품질을 철저히 관리했습니다. 중국의 다양한 공장들을 방문했어요. 도자기, 조화, 문구, 재단 및 봉제, 플라스틱 등 다양한 분야의 공장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새로운 공장을 발굴하고 경쟁력 있는 비용을 발견하기 위해 Canton Fair에 참석하기도 합니다.


미국 회사는 품질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주어진 예산 안에서 원하는 품질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만나는 것도 큰 일이에요. 그래도 큰 회사이어서 미니멈 오더 수량이 높기 때문에 많은 중국 공장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그래서 수월한 면이 있어요.  


홍콩은 다양한 경제적 이점이 있어 무역업을 하는 게 유리한 지역 중에 하나예요.  저는 무역업무 중에 제품 개발 하는 걸 선호해요.  제품을 개발하고 PO(Product Order)를 받아 시장에 출시될 때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6. 한국에서 일하며 이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한국은 장점이 많은 나라예요. 민주주의 국가인 점이 그렇고, 유럽 생활에 비해 저에게 한국의 날씨와 음식이 잘 맞아요.  여러 계절이 있어 그만큼 아름답고 자연이 다양한 점. 무엇보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에 갈 때마다 마치 한국 드라마에 제가 나온 것처럼 신기한 느낌이 들어요.


저와 한국 사람들의 주파수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운 좋게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다들 정이 많고 착하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그거 아시나요. 한국 사람들만큼 홍콩 사람들도 걸음걸이가 빨라요.  그만큼 급한 성질이 있는 것 같고요.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은 만큼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사회적 거리가 서로 너무 가깝지 않나 싶었는데, 저는 사람들이 개인 간의 거리가 너무 먼 것도 싫더라고요. 저와 한국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현재는 한국말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외국까지 나가서 새로운 경험과 교류에 겁을 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해요.


7.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면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가요? 또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요?

저는 소싱과 제품 개발 업무에 관심이 많고 충분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수입 회사에서 일하면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어요.  한국어, 중국어, 영어 그리고 광둥어까지 4개 언어가 가능한 점도 제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한국의 다이소 같은 기업이나 문구 회사에서 일하면 적합할 것 같아요.  다이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생활용품 중에 제가 다뤄본 품목들이 많거든요. 한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중국 생산 공장을 컨택하고 낮은 단가와 좋은 품질로 상품을 내놓는 게 가능해요.  문구 회사도 제가 stationary 카테고리를 오랫동안 다루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고요.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에서의 목표는 취업을 하는 것이고, 후에는 자금을 모아 한국에서 집을 구입할 수 있으면 해요.  가족을 꾸리면서도 계속 일을 하고 싶고요.



8. Sharon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도전하는 스타일인 거 같아요. 사람들은 자기 손에 있는 그럴듯한 행복과 잡을 수 있을지 모를 막연한 행복 사이에서 항상 손에 있는 것을 선택하고 안주하게 되잖아요.


저는 문제가 있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 액션을 취하는 스타일이에요.  예를 들어 남자친구와 싸움이 날 때도 제가 먼저 말을 거는 편이죠.  한국에 행복이 있을지 확신하지 않지만 지금 제가 있는 상황보다 한국이 the better place라고 생각하여 바로 액션으로 옮기는 것뿐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일단 실행해 보는 게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평소에 요가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마음과 몸을 스스로 가꾸고 저에게 보양식 같은 좋은 음식을 주는 것도 아끼지 않아요.


9.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20, 30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언제나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마세요. 어떤 일이든 도전하는 것은 두려운 일일 수 있지만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도전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나가세요.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는 것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해요.


10. Sharon 씨의 이야기 정말 흥미롭게 들었어요.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Sharon 구인에 관심 있는 채용 담당자분은  

sharonfong@ymail.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 업데이트: Sharon은 서울의 한 회사에 취업해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쓰리닷 첫 번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emmamon/32


매거진의 이전글 외국계 인사팀에서 일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