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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큐 May 29. 2023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구경하다가 기획한 시리즈

직업으로서 기자(에디터)의 가장 큰 장점은 인터뷰란 명목 하에 저명한 분들의 인사이트를 생생히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이런 장점을 더 여실히 만끽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케팅계의 석학이라 불리시는 홍성태 교수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여러 브랜드 인사이트를 전하며 팬덤을 쌓으신 안성은 대표님(브랜드보이), 29CM의 브랜딩을 총괄하며 명성을 쌓아오신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님 등 평소 동경했던 인터뷰이분들을 만나 뵀기 때문이다.

새삼 '북디깅'이란 코너를 잘 기획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북디깅은 Book(책)과 Digging(깊이 파고들다)의 합성어로 저자와 함께 책 내용을 한번 더 깊이 있게 파보는 코너다. 앞서 언급했던 세분을 인터뷰한 이유 역시 북디깅용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함이었다. 북디깅은 책 내용을 요약해 주는 일반적인 도서 리뷰 콘텐츠와는 다른 방향을 추구한다. '저자와 함께 책 내용을 한번 더 깊이 있게'라는 기획의도에 맞춰 책 내용 중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나 독자로서 공감하기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저자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고객 니즈를 세밀히 분석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셨는데, 브랜딩에서 고객 니즈 분석은 필수 과정 아닌가요?"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후엔 매출 증진보단 브랜딩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투자사에 실적을 입증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쉽지 않은 부분인데요. 그럼에도 브랜딩을 우선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매우 정중히 질문드린다.

책을 읽지 않은 독자분들도 이해하실 수 있도록 질문과 전체 내용을 구성하는 편이지만, 한편으론 우려되기도 했다. '도서 리뷰 콘텐츠에 익숙하신 분들 입장에선 생소하지 않을까?'라는 점에서였다. 더 콘텐츠를 쌓아봐야겠지만 현재로선 뉴스레터 클릭률이나 콘텐츠 리뷰를 봤을 때 독자분들의 반응이 긍정적인 편이다.


사실 북디깅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구경하다가 기획한 코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리프레시가 필요할 때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들리는 편인데, 매대에 즐비한 책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은 가장 일방향적인 지식 콘텐츠가 아닐까?

책은 저자분들과 출판사 측의 많은 노력 끝에 완성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가장 일방향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온라인에 발행된 글의 경우, 독자분들이 댓글을 남기는 등 최소한 질문이라도 할 수 있지만 책은 대부분 읽는 활동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 또는 출판사 측에 메일을 보내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지만 이 정도의 번거로움을 감내할 독자가 많지 않을 터. 책이 유익할수록 각 내용에 대해 파생되는 질문이 다양할 거고, 그만큼 저자와 대화하고 싶을 건데 순간적으로 이를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북디깅 콘셉트가 소구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다. '책을 읽은 기자가 저자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다.' 실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스마트폰 메모장에 러프하게 적은 기획안 문구다.


도서 리뷰만으로는 차별점이 없다.

블로그, 유튜브, 브런치 등에 도서 리뷰 콘텐츠가 가득하다는 점에서도 '다른 한 끗'이 필요해 보였다. 신간 도서가 발행되면 출판사 자체적으로 제작한 리뷰 콘텐츠를 비롯해 유튜버, 블로거분들이 정성 들여 만든 리뷰 콘텐츠가 쏟아지는 마당에 똑같은 형식으론 승산이 없어 보였다. 책에서 가장 유익하다고 여길만한 내용은 비슷하기에 유사한 내용으로 리뷰 콘텐츠를 작성하면 오히려 독자분들의 피로도만 높일 위험도 있었다. 책의 주요 내용이 잘 정리된 콘텐츠는 많으므로 책에 대한 궁금증을 추가적으로 다룬다면 이목을 끌 수 있겠다는 가설을 세웠다.


출판사 측의 니즈도 존재하지 않을까?

책을 홍보해야 하는 출판사 입장에선 새로운 포맷의 도서 리뷰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여러 채널을 통해 책을 알리는 것만큼 새롭게 알리는 데에도 출판사의 관심이 쏠려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월마다 여러 권의 도서가 론칭되는 상황에서 이런 출판사 측의 니즈가 존재한다는 건 인터뷰 섭외의 성공률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앞으로도 미디어 콘셉트에 맞춰 특정 분야의 덕후인 분들이 집필하신 도서를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획안을 써 내려갈 때만 해도 실제 코너로 구현될지 몰랐다. 메모장에 정리된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북디깅을 채택한 이유는 도서 리뷰 콘텐츠 중 새로운 포맷이라고 여겼기 때문.


개인적으로 레퍼런스를 꼼꼼히 찾아봐야 하는 이유는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도서 리뷰 콘텐츠들을 보고 아쉬웠던 점에 착안해 북디깅 코너를 기획했듯, 레퍼런스들을 후행하더라도 나만의 다른 포인트를 더해 기획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북디깅 코너에 여러 콘텐츠를 쌓아 올릴 과정이 기대되는 이유다.


*북디깅 콘텐츠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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