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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Mar 05. 2024

프롤로그: 아버지의 환갑잔치

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가을,미래의 마케터를 꿈꾸던 스물여섯 살의 조클라라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틱톡을 설치하였다. 개인정보보호정책의 위반이니, 미국에서 금지해버렸다더니 하는 여러 기사를 접한후였다. 여러 연예인들이 틱톡에서 짧은 영상들을 생산해내고 있었고 (당시 나의 최애는 단연코 이시영과 이이경이었다) 나의 최애가 재미있는 걸 보여준다는데 거절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았다. 어차피 나의 개인정보따위, 중국에 수 백 건은 복제되어 있겠지, 애써 합리화하면서.


떠들썩한 뉴스에 비해 마케팅 판에서의 틱톡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는 것 같이 보였고, 나 혼자 ‘그게 뭐야?’ 할 수도 없는 모양이었다. 20대 중반의 편협한 시선에서는 이미 끝물이다못해 로그인을 하는 사람이 있나 싶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아직 디지털 마케팅 수업에서 ‘주요’ 플랫폼으로 다룰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와 유저를 보유하고 있었고, 여러 기업들 또한 해당 플랫폼에서 광고 등을 진행해본 적 있는 사람들을 찾을 정도로, ‘유저가 있는 곳에는 길이 있다는 것’을 손수 보여주고 있었다. 틱톡도, 그럴 터였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멋들어진 풍경과 노래로 시작해 갑자기 경기도 구리를 찾거나, 휘황찬란한 필터가 내 두 눈을 감싸거나, 아니면 언니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동안 미모를자랑하는 엄마와 딸이 춤추는 것을 보며 과연 어떤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맞을 지 고민에 빠졌다. 고양이? 아니었다. 감성적인 음악을 깐 미니 브이로그? 이것도 유튜브의 감성이지 틱톡의 것은 아니었다. 과연 개인이 생산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에 잠겼던 그 때, 동영상 파일로 변환해두었던 돌잔치 비디오가 눈에 들어왔다. 90년대, 빈티지, 레트로가 인기이던 때였다. 홈 비디오 같은 것도 요즘 감성에 맞겠지, 하는 다소 계산적인 시각으로 어떤 짤이 트랜드에 잘 어울릴까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아빠가 어린 나의 얼굴을 케이크에 박아버리는 15초도 되지 않는 짧은 포스팅은 나에게 1만 뷰가 넘는 시청자와 몇 천 개의 댓글을 선물해주었다. 이걸 이렇게 많이 본단 말이야? 놀랍기도 했고 곧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페이지에서도 그 영상을 찾아볼 수 있었다. 혹자는 아기가 불쌍하다고 웃고, 혹자는 96년도에 1살이던 아이의 근황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혹자는 아버지의 환갑 잔치 때 복수전을 하자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상상만 해도 즐겁고 유쾌한 이벤트가 아닐리 없었다. 카메라를 세워 두고, 돌잔치 영상을 틀어 두고, 내가 아빠의 목을 잡고 얼굴에 케이크를 묻히는 상상. 첫번째 게시물을 본 사람들도 분명 <3N년을 기다린 복수전> 이라며 함께 즐거워 해줬을 것이다. 만약, 그 다음 영상이 나올 수만 있었다면.


하지만 그 상상은 실현될 수 없었다. 아빠는 이미 숙환으로 10년도 더 전에 세상을 떠났고, 환갑은 커녕 49세의 생일도 맞지 못한, 나의 추억속에나 살아있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열 여섯의 나이에 나의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 것은 나에게 여러 영향을 주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다소 철학적인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좋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거나, 안락사와 같이 범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주제들에 대해 고민에 빠져보는 등의 일이다.


엄마와 다툰 날에도, 내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걸 알기에 따뜻한 인사를 한다거나, 기본적으로 방어 운전을 디폴트로 나를 포함해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의심하는 것도 그렇다. 피곤하지 않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두 번 올 수는 없는 인생, 나의 꿈은,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내 가족과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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