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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지런한 방랑자 Oct 18. 2019

가족을 만든다는 것.

고양이 입양을 준비하면서 정리해보는 내 마음 


돌이켜보면 나는 사랑만이 전부인 여자였다.


절대로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려보기도 했고, 내가 떠나오기도 했지만 내가 진짜로 사랑했던 사람은 모두 다 나를 남겨두고 떠나갔다.


외로웠지만 나에게는 그 무거운 외로움을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되긴 했다.

무조건 내 편이었고 앞으로도 내 인생에서 무조건 내 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내 가족이 있었으니까.


가족이란 신기하다.

그 존재만으로 나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도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아플 때 가족에게만은 알릴 수 없었으니까.

내 가족들은 그렇게 또 자기만의 가족을 만들어서 여전히 내 곁에 머물고 있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함께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착한 딸, 좋은 언니는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하고 싶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나도 가족에게 나눠주고 나면 정작 나는 혼자 남아있을 때가 많았다.


그 어떤 연인도 이런 나를 보듬어 준 사람은 없었다.

그저 힘들었겠다, 대단하네 정도의 대단치도 않은 위로의 말이면 됐을 텐데.


네가 좋아서 한 일이잖아. 나보다 가족이 더 우선이잖아. 좋아서 했으면서 왜 힘들다고 해. 


결국 그에게도 나는 남겨졌지만 그럴 바에는 차라리 혼자인 게 편했다.


내 사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세상에 완벽한 사랑이란 있을까.


나는 더 이상 남겨지는 게 싫었다.

가족이 넘치게 많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절대로 나를 떠나지 않을 딱 한 사람만 필요했다.


하지만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너무 지치고 힘든 일이다.


그러다 우연히 유기묘 공고를 보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인생에, 내 생활에 사람 아닌 다른 존재가 들어온다는 건 머나먼 나중의 일이었다.

나의 연인과, 혹은 가족이 될 그 사람과 함께 상의해서 결정하고,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리라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왜 먼 미래에 나는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만 하고 지금은 안되는 걸까?

생각해보면 가족은 원래 그렇게 생기는 게 아닌가.


동생은 갑자기 전화해서 결혼 결심을 나에게 알렸고,

또 그다음 해에는 갑자기 전화로 임신 사실을 알렸다.

내 인생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내 가족의 가족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순정만화로 사랑을 배울 때부터 고양이가 갖고 싶었다.

또 처음으로 고양이랑 함께 밤을 지낸 날도 아직도 생생하다.

유기묘였던 그 고양이도 사랑이 고픈 아이였고 친한 언니 집에 놀러 갔다가 그날 밤에는 원래 주인인 언니보다 더 예뻐했던 내 배 위에서  잠이 들었다.

나는 고양이가 깰까 봐 크게 숨도 쉬지 못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마 그 경험이 고양이를 미래의 내 반려동물로 정했을 결심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출근하면서, 퇴근하면서, 밥을 먹으면서, 내일을 준비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면서 나는 오지도 않을 그 어떤 사람을 기다렸지만, 결국 나는 지금도 혼자다.


1초만 지나도 과거가 되어버리는 순간이 매 초에 찾아온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과 아직 존재하지 않는 내 연인보다 

오늘 내 곁에 같이 있어줄 고양이가 난 더 절실했다.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또다시 내 연인을 기다리겠지.


하지만 나는 이제 절대로 혼자 남겨지지 않을 거고,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

가족을 만드는 일은 책임감과 꽤 오랫동안의 고민이 필요하지만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툭 결정이 될 때도 있는 게 아닐까.


그동안 내 사랑은 가족과, 내 연인에게 끊임없이 나눠주었지만 

어떤 것은 무한하고 어떤 것은 실패했다.


나의 이런 사랑이 완성되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과 많은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걱정 없다.

난 사랑만이 전부인 여자니까.

넘치도록 사랑하고, 함께 있으면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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