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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다고 진실은 아니다.

오컴의 면도날의 오류

진실은 간단하고, 거짓은 복잡하다.
과연 그럴까?



아마도 이 말은 '오컴의 면도날'에서 비롯된 말인 것 같습니다만,

오컴은 복잡해지는 생각을 면도날로 도려내고 '간단하게 생각하라.'는 취지였는데,

'간단해야 진실.'인 것으로 왜곡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왜곡에 대한 진실만 봐도

오컴의 저서와 그의 설명을 이야기하고, 왜곡된 사례와 비교를 해서 논증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길어지는 진실은 왜곡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간단하지 않아서 거짓'이라는 '순환오기류'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어요. 결국 진실을 받아 드리려면 자기 오류를 인지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거짓은 간단하게 지어내면 되지만,
진실은 많은 증명을 해야 한다.
심지어 그것을 들어줄 인내가 필요하다.


"서울에 집을 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었어? 부동산은 오를 수밖에 없어."


'둔촌 주공 12,000세대'처럼 재건축이 시작되면, 해당 지역을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이 임시거처가 필요하게 되어서 임대수요가 늘어납니다. 이것은 일시적인 증가이고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동안은 서울로 유입되는 인구가 재건축으로 증가한 일시적 임대 공급이 유지될 수 있었지만, 임대료의 상승의 한계점에서는 교통비나 시간비용을 감수하고도 서울로 유입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용계산적인 문제이기전에 실질적인 비용의 한계를 경험해야 벌어지는 일이므로 예측과 실제 상황 사이에는 시간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대출에 대한 꾸준한 이자비용이 실제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실제 소비를 줄이는 일이에도 한계점이 있어서 소득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한계점이 있습니다. 물론, 라면과 물로만 끼니를 해결할 정도로 소비를 극도로 줄이면서 소위 '투자'를 하는 부류가 있을 수 있지만 모두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아파트값이 오른다고 해도 결국 상승한계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1년 이후 꾸준히 대표적인 소득지표인 GDP가 장기간 꾸준히 하락세인 현재에 대출의 이자비용의 한계로 아파트 값 상승에도 한계점일 있다는 인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서사조차 길고 소화하기가 어려워서 '아파트는 갖고 싶다. 그래서 값이 오른다.'에 동의하여 투자하는 대중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그들이 만들어 내는 가격이 현실이고 그래서 '논리적 예측'이 실현되기까지 괴리와 시차가 있기 마련입니다.


논리적으로 예측과 괴리된 간단한 문장만 이해하는 대중과 투자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관한 퀴즈입니다.


태풍 ‘노루’가 오고 있다면 어떤 종목이 태풍 ‘노루’ 테마주로 부상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노루페인트입니다.  둘 다 이름에 노루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2022년 제16호 태풍 ‘노루’가 온다고 노루페인트 주가가 급등한 일화는 너무 잘 알려져 있다.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점쳐지는 상황, 우리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할까요? 

정답은 게맛살 ‘크래미’를 만드는 회사 한성기업입니다. 한성기업 대표가 조 바이든과 같은 대학(미 시라큐스대)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성기업 대표의 나이 차이는 30살도 넘는다. 인연이 있을 리 없지만 한성기업은 대표가 바이든과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바이든 테마주’로 분류돼 2020년 미 대선 당시 주가가 크게 올랐다.


24년 1월 쳇 GPT의 아버지 쌤 알트만의 방한이 이뤄지면 어떤 주식에 투자를 할까요?

정답은 샘표,샘표식품,샘씨엔에스 입니다.

1월 23일 샘 알트만이 한국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을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샘'자 돌림의 기업들은 특별한 상승 요인 없이 이날 일제히 상승했다. 샘표식품은 23일 샘 알트만이 방한한다는 소식에 주목을 받은 것인지 이날 장중 한때 5.19% 상승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3.46% 상승 마감해 29,900원을 기록했다.


논리적으로 태풍이 오면 수해복구 기업이 주목을 받거나 미국의 공화당이 추진해 온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바뀔 것 같으니 대미 수출기업이나 미국 민주당의 탈탄소 정책에 맞춰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관련된 기의 주가가 올라야 하겠지만, 대중의 '간단한 진실'에서 모두 제외되었어요. 그리고, 이들은 해당 뉴스가 사라지면 다시 원래 가격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문장을 진실로 믿는 이들이 현실 가격을 만들어 내는 실제 투자자라는 것도 현상을 바라보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회와 경제를 간단한 문장으로 이해하고 있나요?
현실이 곧 진정한 사실일까요?


사람들의 지지를 묻는 여론조사의 결과가 이상하다고 이야기할 때, 이상한 것이 현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당시에 반박할 수는 없었습니다. 태풍 '노루'가 올 때 '노루페인트'의 상승을 만들어 내는 대중에게 진실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장수가 개를 양으로 속여 팔고서 자기도 몰랐다는 소리를 할 때는 개장수를 벌해야 합니다.

명품백을 작은 파우치로 말한다고 영부인이 받은 뇌물이 선물이 될 수 없고,
여론조작범과 통화한 대통령이 대상을 밝히지 않은 사과를 한다고 '국정농단'이 '여론수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실은 왜곡된 현실을 바라보는 노력으로 볼 수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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