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새끼 이야기 #02
소나기가 쏟아져 이러다 죽겠다 싶던 밤, 새끼오리는 기억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게 새카만 밤 하늘에 별이 쏟아지듯 보였다.
⠀
태어나 처음 분 엄청난 광경이었다. 알 속의 어둠과 꼭같이 캄캄한 어둠속인데 눈이 부셨다. 새끼오리는 그 장엄한 광경에 이걸 본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알 깨고 나온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
한 조각 한 조각 아름다웠다. 함께 있어 빛난다는 것의 느낌을 털 한오라기 한올한올 느꼈다. 달달 떨면서 조용히 읖조렸다. '알을 깨고 나오길 잘했어.'
⠀
그 때, 저 멀리 별들 속에서 왠 별가루인지 씨앗같은것이 슈웅-하고 날아오더니 톡-하고 새끼오리에게 떨어졌다.
⠀
가까이에서 보니 더 아름다웠다. 새끼오리는 날개죽지 안쪽에 별씨를 품었다. '내가 따뜻하게 해줄게.' 유일하게 날개죽지 안쪽만 젖지 않았다.
⠀
망망대해에 둥둥 떠다니던 뗏목에 방향키가 생겼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작은 별씨가 나타났다.
⠀
새끼오리는 별씨를 품은 순간 바로 알았다. 이 별씨앗은 잘 자라서 저 하늘 별의 바다로 날아가게 될거라고.
⠀
그 때까지 새끼오리도, 별씨도 자라나야했다. 아름다운 별 바다 밤하늘을 날아보고 싶었다. 날개죽지를 살짝 들썩여보았다. 별씨가 반짝이고 있었다. 참 자그마한데 아름다운 빛이었다. 눈물이 핑 고였다. 새끼오리는 살고 싶었다. 날고 싶었다.
⠀
별씨를 꼭 품으며 혼잣말을 했다. '나는 꼭 살아남아서 네가 떠있는 아름다운 밤 하늘을 날고 말거야. 이보다 더한 소나기가 내려도 상관없어. 나는 멋있게 나는 오리가 될거야'
⠀
투둑투둑, 소나기가 멎어가는 날이었다.
(다음편에 계속...)
https://brunch.co.kr/@kimeunho/103
https://brunch.co.kr/@kimeunho/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