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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브랜딩 Nov 11. 2024

퇴사하고 나니 보이는 것들

엄마의 브랜딩 023

퇴사 후 맞이하는 평일 첫날이다. 아이는 엄마랑 같이 학교 간다고 신이 났다. 함께 따뜻한 황태국과 집밥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8시 시간대 학교 앞 등교길 풍경이 낯설었다. 올망졸망 학교가는 아이들, 후드화 추리링 바지, 얇은 패딩을 입고 내츄럴한 머리로 함께 가는 엄마들.


아이 낳고 나서 독박육아 할때, 어린이집 처음 보낼때는 그렇게 출근하는 엄마들이 부러웠었다. 지금 아이와 손잡고 등교를 하다보니, 이 순간이 낯설면서도 행복하고 감사했다.


출근하면 출근해서 좋은거였고, 안하면 안해서 또 좋은점이 있는 거였다. 새벽부터 정신없는 분주함을 맞다가, 차분하게 맞이하는 여유가 약간 수줍다.


새벽에 일어나 쉐이크를 만드는 믹서기의 질감과 우유소리도, 키보드를 치는 순간의 촉감도, 아이 머리에서 나는 샴푸향도 천천히 느껴본다.

 

분주함으로 불안해서 쓰나미처럼 밀려들던 혼란이 아닌, 아날로그의 모든 감각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휩쓸리다, 붙잡은 바위에서 햇볕을 쬐는 기분이다. 기분좋게 과일열매를 먹고 바람을 쐰다. 가만히 못있는 나는, 뭐라고 하겠지.


내가 좋아하고, 남에게 필요한 뭔가를 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알게 된다는 것이 감사하다. 생각의 실타래를 잡고 하나씩 풀어가야지. 새 힘이 주어진 아침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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