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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브랜딩 Oct 27. 2023

0점 받은 9살아들 100점 받게 한 공부습관 2

(ft.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https://blog.naver.com/play_branding/223228887806

아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교재는 단순계산교재였다. 내 첫번째 실수는 하루 분량을 잘못 책정했다는 것이었다. 

단순 문제들이 몇십개씩 빽뺵하게 나와있는 것을 보고, '하면 할 수 있는' 분량인 3장을 잡았었다. 하지만 아이는 힘들어 했다. 

할 때마다 왜, 내가 이걸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재미 없는데 왜 하는 것이냐며 3장을 1시간 넘게 붙들고 있는 상황이 생겼다.

처음에 나는 어르고 달래며 3장을 시키거나, 때로는 화를 내며 왜 3장으로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끄냐며 할땐 집중해서 끝내라고 닥달했었다. 

어르고 달래는 건 잠깐 효과 있는 듯 해보였으나, 장기적으로 생각했을때 이건 습관기르기가 아닌, 데일리 목표 달성을 위한 하기위한 주객전도가 되겠다 싶어 스톱했다. 

닥달하는건 더 효과 없었다. 1시간 넘게 붙드는 날이 두번째 되었을때, 아이는 아이대로 괴로워하며 멍 때리고, 나는 나대로 답답하고 화가나서 끝까지 하고 자라고 했다. 아이는 울면서 다 풀고 잤고, 그날 자면서 잠꼬대로 소리지르며 싫다고 난리가 났다. 

평소 아이의 집중력은 무섭도록 몰입하는 편인데, 여기서 내가 안 것은

-본인의 자발적 의지가 없는 파트는 전혀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는다_는 것과

-이건 내가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파트가 아니란 것이었다.

또한, 내가 직접 가르치며 하게 되니 나 또한 뜻대로 되지 않거나, 아이가 빨리 이해하지 못할때는 나도 모르게 닥달하거나 화나게 되거나 아이에게 답답해서 한숨 팍팍 쉬는 상황들이 생기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숙제시간=괴롭다, 힘들다, 단순계산 재미없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_는 감정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시험 0점 받은것보다 더 최악의 결과였다. '공부와 스스로 해야할 것들을 하는 시간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연결되어 기억되는 것' 말이다.

나는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숙제하는 시간은 아이에게 반드시 

-몰입과 성취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어야 하고

-좋은 감정과 기억으로 연결되는 시간이어야 했다.

일단, 분량부터 조정하며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을 주기로 했다.

-좋아하는 한자는 하루 한장(한자1개)

-단순계산 문제집은 일단 일시정지(학교 숙제만 하기)

-나머지 문제집(문장제 수학,시계,구구단)은 즐겁게 할 수 있을 분량 스스로 정하기(단, 너무 적을시 엄마가 조율할 수 있음)

-받아쓰기 문제집도 학교에서 시험보는 걸로 대체하고 당장은 문제집 갯수를 줄이기 위해 일시정지

아이는 좋다고 했다.

혼자 고심하더니 

-한자 1장

-문장제 수학: 최소 1쪽 이상

-시계, 구구단: 1장~2장

이렇게 정했다. 단 조건은 매일 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매일 해야할 분량을 풀었다. 얼마 지나고, 본인의 머릿속에 '당연히 매일 해야 하는 숙제'라는게 괴로운게 아닌, 캐주얼하게 당연히 하는 것_이란 인식이 생긴듯 했다.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눈 뜨지마자 숙제하거나, 조금 늦게 일어났을때는 학교 갔다오자마자 숙제부터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했다. 밖에서 놀거나 학원갔다와도 집에오면 꼭 숙제먼저 하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채점은 일단 하지 않았다. 내가 주2-3회 한번에 몰아서 한꺼번에 보고 틀린것만 한번 풀거나 반복적으로 틀리는 패턴들만 모아서 몇 문제 풀어보며 실수를 보완했다. 

일단 아이에게 숙제시간=할만하고 괜찮은 시간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게 우선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숙제시간을 조금씩 즐기기 시작했다.

수학도 채점하지 않고, 따로 뒀더니 아이가 문제 그 자체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문제의 상황이나 이해함에 있어서 본인이 깊게 생각하고 이리저리 머리 굴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할아버지가 사주신 학교수학 백과사전(?) 뭐 그런것도 장난감통 옆에 펼쳐서 두었더니 본인이 관심있는 도형파트부터 시작해 퀴즈를 풀며 흥미롭게 그 책 자체를 너무 재미있어하며 읽었다. 

나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도 그 전에는 분량을 끝내기 위해, 본인이 풀기 싫어서 묻는 거였다면 이후에 묻는 질문은 본인이 정말 몰라서 그 문제 자체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달쯤 지나고 아이는 문제집을 스스로 3권 끝냈다. 가장 좋아하는 한자, 시계, 구구단이었다. 끝나는 날마다 본인이 끝냈다며 엄청 뿌듯해했고, 한권씩 끝낼때마다 조각케이크와 함께 꼬마 축하 파티를 했다. 

문제집을 100점 맞은게 아닌, '스스로, 집중해서, 한권을 끝낸 사실'에 포커스를 맞췄다. 문제 푼것 100점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는 이유는, 100점 받았을때의 상황만 가치있게 판단할까봐서였다. 학습 목표는 습관부터 잡은 뒤 은근히 올리는게 좋을 것 같았다.

두세달이 지나자 숙제시간은 엄청 신나지는 않지만, 하고나면 기분 좋은, 그리고 하는 동안도 나름 할만한 그런 시간이 되었다. 나는 과하지 않게 아이가 스스로 매일 습관을 해내는 것에 대한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최대한 담백해지려 노력하면서. 숙제 시간 자체의 거부감이 사라지고, 기본 루틴으로 습관이 잡히면 세부적인 부분은 조정이 가능해진다. 

이후, 학교 선생님의 2학기 상담때 들은 내용은 아이가 학습태도와 성적이 굉장히 잘 나오고 있으며, 1학기 때보다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학습 가이드한 상황들을 말씀드리며 국영수 학원을 따로 보내야 하는가_에 대해 의견을 여쭤봤다. 종종 회사에서 워킹맘들분들과 얘기할때면, 그래도 학원을 보내야 한다고 학교 수업 미리 선행해야 한다는 얘기들을 듣곤 했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은 쭉 들으시더니

-학원보다 지금 중점두는 부분대로 유지하는게 좋은것 같다.

-아이가 사고력이 많이 뛰어난 편이므로 학원에서 진도를 앞서는 것보다 본인이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를 유지시키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학년,중고등학생때까지 그 의지력이 있으면 본인이 자발적으로 하고자 할때 방법을 찾아낼 아이다.

-강압적으로 했을 경우 튕겨나갈 수 있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나 또한 선생님 의견과 동일하게, 학습 습관만 들여놓고 저학년때는 실컷 놀아야 된다_주의다. 국영수 보낼 시간에 아이와 더 다양한 경험으로 놀고, 밖을 나가고, 운동시키고 대화의 기술, 갈등, 협상의 센스를 익히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알고 스스로 찾아낼 아이다.'라는 믿음과 함께, 아이의 성향에서 보완해줄것만 파악해서 반복할것_까지가 지금의 내 몫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는 학원보다 부모와 노는 시간을 더 행복해 할 것이다.

참 신기하게도,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들을 베이스로 잡아두자 학교 성적은 쪽지시험이든 단원평가든 성적이 잘나왔다. 뭐 저학년이라 그럴수도 있다지만, 0점받고 자기 맘대로 학교 생활 하던 녀석이 어느정도 사회룰을 익혀가며 혼자 생각하고 문제를 풀어낸다는 상황이 참 기특하다. 

앞으로의 또 엄마버전은 어떻게 포인트 맞춰야 할 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나만의 기준이 있으면 풀어내는 과정은 잘 찾아낼 수 있을것 같다. 학부모 버전 작은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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