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쟁이 아버지의 "내가 왕년에"로 시작되는 모험담을 이야기하려면 나도 "라떼는 말이야"하고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지금은 <네이버 블로그>가 파이를 다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포탈에서 <야후 블로그>가 먼저였고 전혀 상업적이지 않은 청정한 플랫폼이었다. 나도 한 때 야후 블로거였고 미숙하게나마 영화와 원작 이야기를 가끔 쓰곤 했다. 그 시작이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었다. 부끄러운 글을 생각하면 지금 블로그의 흔적이 없어진 것이 천만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팀 버튼의 영화는 영화를 더 깊게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지금의 내가 있는 초석임을 부인할 수 없다.
감독인 팀 버튼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아버지와 화해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영화 <빅 피쉬>의 출발점이 되었다. <빅 피쉬>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할 예정이었고 주인공은 잭 니콜슨이 맡을 예정이었다 한다. 제작이 연기되면서 팀 버튼의 영화가 되고 각본가 존 어거스트는 <빅 피쉬 > 외에 <유령 신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각본을 쓰며 팀 버튼과 호흡을 하게 된다. 며느리 조세핀 역의 마리옹 꼬띠아르는 팀 버튼 영화의 팬이어서 캐스팅될 때까지 베개 밑에 각본을 넣고 잤고 이 영화로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영화 <빅 피쉬>는 수많은 욕망들이 꿈틀거린다.
<빅 피쉬>에서 아버지 에드워드와 아들 윌은 "잘 아는 낯선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 윌에게 동화 같은 무용담을 들려주었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한 환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들은 성장하면서 현실 속에 살게 된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세상이 공존하게 된다. 하지만 환상의 가치를 알게 되는 아들 윌은 만들어 낸 또 다른 상상의 세계는 태어날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주는 그 온기가 영화를 지배한다. '영화는 일종의 마법을 부리는 것'이라는 팀 버튼 감독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했다. 동명의 소설을 시네마틱 하게 구현하는 데 있어서 시각적 요소와 스토리텔링의 기법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같이 영화를 보는 옆지기는 <빅 피쉬>에도 팀 버튼의 영화 <배트맨 > 시리즈의 느낌이 보인다고 한다. 개봉 당시에 봤을 때와 그 느낌도 많이 다르다. 영화는 그렇게 변화와 성장을 느끼게 하는 힘도 있다. 여전히 팀 버튼의 마법을 좋아하면서 그렇게 영화와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