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에 17살이던 프랑수와 오종 감독은 에이단 체임버스 소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를 읽고 각본 초고를 해 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썸머 85>가 완성되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의 풍경을 바탕으로 오렌지 빛 글자들이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오렌지 컬러는 레드의 에너지와 생명력 그리고 옐로우의 행복감을 지녔다는 의미이다. 대담성, 활력,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컬러를 타이틀로 각인시킨다. <썸머 85>의 분위기를 아주 잘 표현한 컬러이다.
완전한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의 뒤안길에서 만난 다비드와 알렉스를 둘러싼 감정의 파도를 동성애를 둘러싼 편견과 차별에 집중하지 않고 에로스(Eros)와 타나토스(Thanatos)로 푼 점이 이채롭다. 16세의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알렉스(펠릭스 르페브르)는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다비드( 벤자민 부아쟁)가 바다에 빠진 알렉스를 구했을 때 그가 타고 있던 그의 배 이름은 칼립소 (Kalypso 또는 Calypso)이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에 반해 유혹하며 오랜 기간 동안 오기기아 섬이 붙잡아 둔 님프의 이름이 칼립소이다. 알렉스는 다비드에게 구해진 후 뒤죽박죽인 일상마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겨우 두 살 위일 뿐인데도 다비드는 사랑을 주고,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일을 주고, 앞으로의 매 순간을 지배해버리는 유일한 의미가 되어버린다. 운명처럼 그 둘은 자석처럼 이끌리며 함께 오토바이를 타기도 했고 항해를 하기도 하며 춤을 추며 열정적인 관계로 발전한다. 소년이지만, 한 소년은 진학과 취업이 갈림길에서 이제 소년이기를 그만두라는 강요를 받고 있으며, 한 소년은 아버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좀 더 여유롭고 자유롭다. 그러나 알렉스와 다비드의 사랑은 끝내 충족하지 못하고 사랑의 격랑에 휩쓸린다. 불안한 다비드는 비극적인 죽음에 이른다. 여름 바다, 사랑으로 가득했던 이 둘의 이야기는 다비드의 죽음으로 화창하고 다채롭던 극의 분위기가 춥고 극명해지면서 혼란스럽게 변하며 대비를 보인다.
알렉스는 자신의 의지와 열정과는 상관없이 실패한 첫사랑의 주인공이 되었고 감당할 수 없는 사랑 앞에 무력하게 된다. 알렉스가 다비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의 무덤에서 춤을 추는 것은 원작에서 표현한 것처럼 "세상에서 중요한 단 한 가지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해서든 우리 자신의 역사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뜻대로 안 되는 죽음 앞에서 알렉스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 춤을 추며 진정한 사랑과 죽음의 의미를 간직했으리라 생각된다.
1980 년대를 되살리려 그레인 특성을 살리는 16mm 셀룰로이드 필름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컬러풀한 80년대의 색감과 함께 피부톤을 살렸으면서 개성 있는 화면을 만들었다. 귀에 쏙 들어오는 그 시대의 음악, 패션으로 훌륭한 시간 여행으로의 기능을 하였다.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하고 감정적 동요를 일으킬 만한 정서적 낭만과 추억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다. 신기루 같던 첫사랑의 숨 막히던 설렘과 그를 잃은 상실의 고통을 그대로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