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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Mar 30. 2021

테러와의 전쟁의 부끄러운 에피소드, 영화<모리타니안>

2000년대가 되면 아주 다른 세상이 될 줄 알았다. 희망차고 미래지향적인 21세기, 하지만 2001년  9월 11일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테러로 붕괴되었다. 수없이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20 세기의 냉전의 종식은 또 다른 전쟁의 염려를 일으켰다.



영화  <모리타니안>은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가 된 아프리카 북서부에 있는 모리타니의 '모헤마두 울드 슬라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통 결혼식에 참석 도중 경찰에 체포되어 가는 슬라히 (타하르 라힘)가 휴대폰 연락처를 삭제하는 행위는 초반에 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슬라히는 인신 보호의 원칙, 죄수는 판사 앞에 출두하여 체포 사유를 알 수 있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되어 있다. 그의 인신 보호를 주장하는 변호인 낸시 홀랜더 (조디 포스터)와 911 테러로 친구를 잃은 군 검찰 스투 코우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슬라히를 기소하기 위한 창과 방패의 싸움의 법정물로 보이지만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정의"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사진 제공 -퍼스트 런>



과거의 씬은 1.33:1(혹은 4:3)의 화면비로 표현되었다. 특히 고문 장면은 시, 청각적으로 크게 자극을 주어 밀실 공포를 일으킬 정도이다.


 

  미국의 대법원은 관타나모에 수용된 사람들에 대해 법을 적용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관타나모가 미국의 관할권 아래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부시 정부와 미국 의회도 관타나모가 국제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합니다. 결과적으로 관타나모는 아주 편리한 고문실이 되었지요.


노엄 촘스키가 한 말이 그대로 재연되었다. 완벽한 고증과 영화만의 재해석이 바탕이 된 영화 <모리타니안>은 리얼리티를 극대화하였다. 실제 9·11 이후 미국에서는 알 카에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오로지 무슬림 또는 중동 아시아, 남아시아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외국에서 검거, 억류, 추방당한 이들이 늘었는가 하면, 미국인일지라도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조하지 않는다면 ‘애국자법’(Patriot Act) 등에 근거해 얼마든지 감시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며 적(敵)의 개념에 쓸려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테러 이후 미국의 대응은 폭력적 정화(淨化) 의식이 당연했다. 낸시와 그의 조력자 테리 (쉐일린 우들리)를 향한 대중의 눈총과 멸시는 사회적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사진 제공 - 퍼스트 런>



수사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비밀과 관련 파일은 장기간 보류되거나 심하게 수정된 버전으로 마주하게 되고 그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낸시나 테리, 스투의 심리적 갈등은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긴장감을 쌓는다. 테러 이후 갖게 된 비애, 불안, 공포, 분노의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다 국가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가했던 모든 행위에 대한 당혹스러운 감정을 피할 수 없음을 느끼고 행동하게 된다.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부여받은 것들을 내려놓고 부당한 힘에 휘둘리지 않으며 느슨한 연대를 주장하기엔 이슬람 근본주의에 맞서 있는 또 다른 미국 근본주의는 커다란 힘이다.


슬라히는 테러의 순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력이 아니라 용서라고 이야기한다. 그러고도 슬라히는 바로 석방되지 못하고 14년이란 세월을 채우고 관타나모에서 풀려났다. 수감 도중 책 낸 < 관타나모 다이어리>는  영화 <모리타니안>의 제작에 힘을 보탰다.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진정 무엇이 옳고 선한 것인지 판단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정의는 자유와 인권을 옭아매기에 앞서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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