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름없는선인장 Dec 02. 2023

퇴사 4개월,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

뭐라도 좀 해!
뭐라도 좀 해보고 그때 이야기 해.


제삼자의 시선에서 해 줄 수 있던,

너무나 쉽고 어쩌면 뻔하고,

내가 남에겐 그렇게 조언하던 말.


당사지로서는 어쩌면 제일 하기 힘든,

뭐라도 하고 고민해야 하는 삶.

그게 지금의 나다.



뭘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데,

단지 이 작은 꿈틀거림이

일상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변화를 가져온다면

더없이 좋겠으나 그것은 환상인 것을.


갑자기 쉬면서 뭐라도 해보라는 말에

나는 신선하지도 않은 토익 시험을 생각한다.

유효성 있는 점수가 의미가 있나.

만점이라도 받는 목표를 세워야 하나.

점수는 크게 변별력이 없는 요즘.

(나도 면접관일 때 불신했던 거 같은데…)

오히려 토익 스피킹과 라이팅을 해야 하나

영어시험 응시 및 이력서 한 줄 업데이트하려고

응시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나


실천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데.

5만 원 정도 되는 응시료에 자신감이 올라갈지

내려갈지도 모르는 데…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잠시(?) 쉬면서

12월 대혼란의 전 회사의 연례행사인

조직개편 뉴스를 들었다.


“bittersweet”하다.


지난 4개월 동안, 그리고 나와서 느끼는 변화된

모습이, 사람들이, 치열하게 그리고 용암이

끌어 오르 듯 뿜어내던 한 개인 임원의 욕심,

치열한 변화와 강요, 가스라이팅으로 내몰리던 나.


그 짧고도 긴 시간만에 지금은

나도, 빌런 1-2도 모두 없다.


12월 조직개편은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듯

많은 수익성 안 나는 사업 아이템을 접으며

많은 팀이 합병되고, (내가 맡던 팀도)

하여 내 후임 팀장도, 내 동료 팀장들 몇 분도

팀원이 되었다는 소식.


그리고 굳이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며 마케팅팀을

또 한 팀 처리하고 (브랜드도 많은데)

굳이 분리하지 않아도 되는 브랜딩/브랜드전략

관련 조직은 또 신설하였다.


(오해는 하지 말라. 마케팅은 영업과 밀접 관련이 있고 성과지표도 매출/영업이익 등 반영된다. 이 조직에서 브랜드 조직은 어떠한 매출 연관성도 지지 않는다. 예산도 비슷하게 많이 쓰지만 평가도 잘 받는다.


매출저하로 인한 구조 조정에서 브랜딩 조직만 매번 확장하는 게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ATL도 했고 시장조사, 네이밍, 브랜드관리 다 마케터가 하던 일이다. 조직마다 마케팅 조직과 역할이 다르지만 적어도 R&R과 평가가 공정하길 바랄 뿐이다.)



마음이 아프다.

그러면서도 내가 조직에 남았으면

나도 팀원이 되었을 수도.

연말에 사업 계획 쓰며

11월 내내 떠 도는 조직개편에 뒤숭숭.

바뀐 듯, 바뀌지 않는 그 조직의 대혼란, 혼돈,

의기저하, 서로의 불신 등

여러 사람들의 말들을 듣지 않고

그 배에 타고 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

(그러면서 찾아보는 동종업계 다른 기업들의

블xxxx 게시판이나 평판도 다 최악이라며

별로던데.. 어디던 바람 잘 날 없는 게

그러면서 다니는 게 bittersweet 직장인인가.


어제 같으면서도

너무 오래된 이야기 같기도 했다.

아주 잠시.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나만 하는 건 아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