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백수 7개월 차,
5개월 동안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치료의 시간이 끝나고 나는 2024년을 맞았다.
새해부터 다시 이력서와 경력기술서(포트폴리오)를
다듬어본다. 추적관찰을 3/6개월 단위로 하겠지만
어찌 보면 이제야 진정한 휴식을 해야 하나 싶지만
직장을 다시 구하지 않으면 불안하여 제대로
쉬지도 못할 것 같은 기분.
24년이 되니 채용공고가 다행히(?) 좀
나오는 것 같다. 헤드헌터도 연락이 다시 온다.
1-2월이 인사이동 시즌인 게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한 헤드헌터님이 역시나
“최종 연봉이 많이 낮으시네요”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그렇게 받으면서 너무나도 뼈 빠지게 일했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과 시간이 생각난다.
억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희망연봉 또한 높게 부를 수
없나 보다. 백수의 기간이 길어진 건 알겠고
주변에서는 백수 6개월이 지나면
'경단녀'에 속한다고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연봉을 낮추고 싶진 않다.
(방송에서 우리가 살면서 일적으로 제일 많이
벌 수 있는 생산적인 피크가 45살.
그 후에는 내리막길이라는데..
100세 시대에 이건 좀 가혹하다 싶다.)
왜 퇴사하셨어요?라는 물음에
난 그냥 솔직하게 개인적인 사정으로
몸이 좀 아팠다고 했다.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만
왠지 머뭇거리게 되고 주눅이 든다.
많은 암환자들이 재취업 등을 할 때
왜 "암밍아웃"을 하지 않는지도 이해가 간다.
암은 더 이상 죽는 병은 아니다.
충분히 차료로 이겨낼 수 있다.
물론 쉬운 병도 아니지만 아마도
재발의 가능성 때문에 그들은 불안해하는 걸까.
재직하다 아프면 휴직이 나았던 걸까?
아픈 사람을 채용하기 싫은 걸까?
내뱉은 진실을 가끔은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뭐라고 말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외국계라서 그런지 채용프로세스가 세상 뎌디다.
면담 시 ‘HR에서 곧 연락드릴거예요.’라고 했지만
워킹 데이로 4일 동안 연락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레퍼런스 체크 취합이 대략 일주일.
내가 급한 건 없긴 하지만
기다림의 연속은 꽤나 맘을 심란하게 한다.
나는 온갖 김칫국을 마시며
최종 합격 후 2주 동안 해외여행을 꿈꾼다.
시간이 나거나 퇴사를 하면 쉴 때 꼭 가보고 싶은 곳.
‘스페인‘
하루에도 아침저녁
skyscanner로 항공권 가격을 조회해 본다.
내일이라도 날아갈지 모를 사람처럼.
(하지만 당장 짐을 싸서 활기차게 나다닐
컨디션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또 혼자 여행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혼자만의 시간과 자유, 도전이 필요하기도 한데,
외로운 여행이 독이 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그렇다고 내가 활기찬 E성향도 아닌지라 고민이 된다.
운명인가? 2월 내내 지원했던 두 곳에서 동시에
최종합격과 서류 전형 탈럭 통보를 같은 날 받았다.
최종 합격은 처우 협상 만이 남았다.
또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하지만,
잘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