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여자직장인으로 살아남기
8개월의 긴 여정 끝에 첫 출근.
사기업이 아닌 곳에서의 첫 출근.
너무 긴장한 나머지 첫 출근 전 날
잠을 못 자서 출근 첫 주부터
몸 컨디션이 최악이 되었다.
왼손 검지를 칼에 배어 3주 동안 밴드를 해야 했고,
머리는 무겁고 어지럽고, 혈변도 보았다.
긴 휴식기 동안의 루틴이 아니었기에
나의 최대 광건은
‘체력적으로 내가 직장을 버틸 슈 있는가?’
‘건강을 유지하는 삶을 최우선으로 지낼 수 있는가?’
이었지만
고도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환경에 있다 보니
유지해 오던 식습관으로는 금세 허기가 졌다.
지난 8개월 나는
매일 3대 영양소를 삼시 세끼에 골고루 먹었다.
아침 9-10시 아침 샐러드 & 과일 등
오후 1-2시 한식 위주의 식사
저녁 5-6시 구황작물 채소 등으로 지내도
배가 불렀는데,
회사를 다니고부터는
긴장과 식단 유지, 그리고 새로운 곳과 사람,
그리고 일에 적응해야 해서,
은근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라면이나, 매운 게 당기기 시작했고,
주말에는 과자도 먹기 시작했다.
당보다는 짠 게 더 자주 당겼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7-8시여서,
평상시 같으면 저녁을 안 먹겠지만,
그 때라도 밥을 먹고 자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았다.
잠도 10시 정도에 일찍 잠들 정도로 피곤했다.
수습기간이 3개월이라 형식상 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신경을 안 쓴다고 해도 신경이 쓰였다.
3개월만 용돈벌이 한다고 생각할까 해도
팀장의 자리이기도 해서 부담이 된다.
빨리 수습 전에 성과를 내야 할 것 같다.
계속 "빨리 적응하라"는 상사의 말도 부담이 된다.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하고, 수습 기간 3개월은
그래서 있는 거 아닌가? 싶은데...
나는 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다시 월요병이 생기고,
금요일에만 바짝 기쁘고
주말은 순삭이었다.
수습이 지나면 좀 맘의 짐을 덜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잘 적응하면 이곳은 워라밸을 할 수 있고,
병원도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어서 좋은데도,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지난 한 달, 내가 그렸던 출근 전 루틴의 일상은 이랬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스트레칭 요가를 하고,
샐러드를 먹고, 도시락을 싸고,
근무 시간 짬을 내어 계단도 오르내리고
지하철역 1-2 정거장을 걸어서
하루에 1만보를 채우겠다는...
하지만, 실상은
매일 글을 쓰지도, 책을 읽지도 못했다.
1만 보는 어림도 없었고, 정시 출근, 칼퇴근하기에만
집중했다. 퇴근하면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출퇴근의 쳇바퀴에 올라타
퇴근하고 주말에도
'다음 주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이 의미 없음을,
회사를 나오는 순간, 스위치 오프해야 함을..
내가 직장인으로 여태 하지 못했던 것.
회사에서, 일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지 말자는 것이다.
주말에는 나의 노후를 위한 또는
성장하기 위한 시간을 찾아야 하고,
매일 1만보를 걷던, 필라테스를 다시 등록하던
해야 한다. 늘어지면 안 된다.
2년 만에 암이 재발했다는 인친 님 소식을 듣고
난 이제 겨우 치료가 끝난 지 3개월 정도인데,
그리고 다음 달 추적관찰의 첫 단추를 잘
끊어야 하는데, 좀 더 내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내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살아야 하는지
잠시 잊었던 것 같다..
출근 후 한 달,
다시 초심을 잊지 말자며
나 자신과의 다짐을 위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