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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선인장 Feb 23. 2024

40대 후반에 경험한 두 번째 영어화상면접

40대 여자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생애 첫 100% 영어화상면접을 진행하고,

우여곡절 끝에 2차 면접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과제 발표.

서류전형 진행 되기 전부터, 과제가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케팅 직무여서 그런지, 유독 현장에서 인터뷰 시 또는 1차 면접 후 과제 제안을 진행했던 적이 지금 포함하여 벌써 3번째이다. 그렇다고 나는 이번을 제외하고는 포트폴리오를 만든 적이 없었다. 포트폴리오가 없어서 과제를 준 건 아니지만, 포트폴리오를 보고도 개인의 역량이 어디까지 영향을 준 건지 알고 싶은 것이리라.


과제를 받고 보면 나만 그런가, 대략 난감할 때가 많다.

현장에서는 30분을 주고 몇 개의 자료를 찾아서 효과적인 카피 문구를 써보라고 한 적도 있고,

(난 개인적으로 임기응변에 약하고, 그런 즉흥적인 대처를 왜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그 외에는 일주일 남짓으로 시간을  주고 "전략을 짜라"는 숙제를 준다.

(물론 그 안에는 PPT 발표 자료를 만드는 시간이 포함이다.)

마케터들이 친숙한 문서는 당연히 PPT이다. (요새는 피그마) 그리고 대행사에서도 PPT로 작성하는 보고서나 문서가 기본이지만, 논리 정연하게 내용을 다듬고, 손이 빠르지 않으면,, 일주일 동안 시간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보고서 형태는 많이 만들면 하루에 3-4장을 만드는 것 같다.) 물론 시간을 많이 준다고 더 고퀄러티의 문서가 나오느냐? 그건 아닐 거라는 것도 내 생각이긴 하다.


시장 조사, 고객 설문 조사, 수치 등은 당연히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숙제다. 전략수립인데, 전략의 뼈대가 되는 분석은 기본 정보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아닐 텐데.또 유료로 돈 주고 사기는 그렇고, 차라리 xyz로 가상 raw data를 주는 게 낫지 않나 싶다. 또 실전에서는 전략 수립 시 1인이 혼자서 작업하지 않는다. 뭐 간혹 리더 포지션에서 리더들이 전략을, 즉 방향성을 제시, 제안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다른 분이 말씀하시던데, 그런 점에서 관리자에게 이런 과제를 낸다고도 생각한다. (근데 내가 모신 상사들이 전략을 짜거나 방향성을 주면서 실무에게 전략수립 하라고 적이 없어서 내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하다.)


약간 중요한 년간 사업계획서를 2-3일 만에 하라는 것과 같은 건데, 일주일만에 만드는 사업계획 수립 시즌이 생각나기도 하고,나도 내가 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과제로 이런 노력을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고민될 때가 있다.

(이것도 힙격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찌 보면 무보수 노동 아닌가)


- "신제품 론칭 전략을 제안하시오"

-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제안하시오"

- "시장 유입 전략을 제안해 보세요" 등


과제 방향은 기업마다 다르긴 한데, 이번 주제도 너무 난해했다. 어떤 식으로 해야 심각한 안건들을 고객들에게 소통할 것인지에 가까웠는데, 과연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방향이 뭐인지 이런 분야는 처음이라 나도 숙제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나는 온라인마케팅에 강점을 가진 사람이다. (여기서 퍼포먼스마케팅은 아니다) 주로 브랜딩과 연계하여, 고객유입 최적화, UI & UX, 웹사이트 SEO 등의 맥락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IMC전략을 잡는다. 즉, 어떠한 브랜딩 전략에 따라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고객유입과 고객생애주기를 전체적으로 보고, 시기가 온라인플랫폼이 대세이므로 온라인마케팅이 마케팅의 주 플랫폼이 된, 그런 상황인거다. 마케팅을 할 때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없으면 또는 그 스타일을 안 지키면 큰일 나진 않지만, 내 눈에는 그게 참 거슬리고, 그 브랜드나 기업에 신뢰가 안 간다.


이번 과제에서는 그래도 너무 자료가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하여 추가적인 자료를 좀 달라고 했다.

(그게 어떻게 보면 관심이 있다는 표현으로, 좋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부분은 사이트 등 나와있는 내용들을 보면 되지만, 주 고객에 대한 부분이나 방향성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알고 싶었다.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나는 한 동안 파워포인트에서 레이아웃 구상만 하다가 역시나 최종적으로 이삼일 동안 다 뒤집어엎어서 재작업해서 제출했다.


PT발표이긴 한데, 슬라이드장수를 10장으로 제한하였기 때문에 효과를 넣거나 하진 못했다.처음엔 인트로 장표나 아이스브레이킹 장표를 넣었다가 나중에는 방향성을 틀어, 전략 보고서 장표로 스토리라인을 잡았다.

어차피 전략제안 장표이기 때문에, 딱딱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ATL 광고 제안서처럼 화려한 스토리라인과 intro 등은 다 날렸다.




코로나 시국에도 재택을 했지만, 많이 쓰지 않았던 게 zoom이었다. 회의를 진행하며 자료를 공유하거나, 하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접속만 해서, 구두로 이야기하는 컨프런스콜은 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고급" 설정에서 PPT안에 내 모습을 넣거나, 화면 부분 보이기로 해서 슬라이드쇼 상태에서 슬라이드 노트가 안 보이게 하는 부분도 있다는 걸 부끄럽지만 이번에 알게 되었다.하지만, 나는 익숙지 않아서, 슬라이드 노트에 있는 내용을 다 지워버렸다.


영어 프레젠테이션이라, 보고 했으면 훨씬 긴장감이 덜 하고 좋았겠지만 스크립트를 읽고 싶지 않았고, 어차피 내가 만든 발표자료이기 때문에 스토리라인이나 흐름, 논리적인 맥락은 내가 다 이해하고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괴적으로 현실에선 좀 더 버벅거리고, 적절한 단어는 왜 자꾸 안드로메다로 가는지. 아쉬운 점도 있지만 뭐 이건 면접이니,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름 3주 동안 최선을 다했다.

(지나고보면 지난 2개 회사에 다 과제릉 했고, 다 합격했다.)


10장의 슬라이드를 가지고, 한 시간 동안 발표하고 질의응답까지. 힘들긴 헀지만, 1차 면접의 인성/적성 인터뷰보다는 2차 면접이 훨씬 좋았다.

(나는 나 자신을 함축하여 PR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았다) 자료에 대해서 내가 공부한 부분에 대해서 그리고 제안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말하면 되는 부분에서 나는 PPT도 그것보다 더 잘 만들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고, 그 결실이 어떻든, PPT발표까지 떨리긴 헀지만 잘 끝낸 것 같다.


다음번에는 zoom활용하는 방법에 좀 더 많이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이번에 화상면접을 통해, 훨씬 편한 상태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면접장소로 가지 않아도 되고, 딱히 격식 없이 편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그 후에 나는 레퍼런스 체크가 들어왔고 동시에

(여기까지면 거의 합격이라고 보는데)

어쩌면 될 수도 있는 내 직속 상사가 1차 면접관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1-2차 다 100프로 영어 면접이어서 그런지 추가적으로 30분 정도 더 한국어로 면담을 요청했다. 오프라인으로.

사무실도 구경할 겸 만나러 갔다. (근데, 회의실에 불도 켜지 않고 마실 물도 권해 주지 않으셨다.) 업무에 대한 내용을 30분 이야기 한다고 했는데 1시간 했다. 최종적으로 면접이라기보다, 합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싶었다고 하셨다. 원래는 1차는 다 오프라인으로 보고, 2차는 화상으로 보는데, 본인이 부재여서 어쩔 수 없이 나는 둘 다 VC로 보게 된 케이스라고 한다.

어찌 됐든,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었고, 이렇게 1-2차 후에 본 게 더 편하긴 했다.


지금은 처우만을 남겨놓은 상황이라 조금 떨리긴 하다.

네고의 신도 아니지만, 사람 마음이, 많이 연봉을 높여가고 싶어 하지 않은가. 지난 몇 년간의 고생을 pay off 하는 의미에서.


근데 이곳의 연봉이 그리 높지는 않을 거라서 (최대치가 기존 연봉의 10% 정도) 또 어떤 괌점에서 보면, 내가 지금 자의 반, 타의 반 7개월 백수라는 걸 잘 알고는 있다. 남들은 6개월 이상이면 경단녀가 될 거다, 네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냐고 했고, 나 또한 이렇게 여러 라운드의 면접을 거치고 최종까지 오게 되었을 때까지는 너무 두렵고 막연하고,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도 처우만 잘 맞춰주길 기도하는 심정이다.

다른 곳에 서류 전형도 진행 중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다른 곳들을 엄청 지원하면서 비교하고 있지도 않은 처지이니 말이다. (해드헌터는 내가 적격이라며 컨텍 하지만 JD를 보면 내가 왜 적격이라는건지 알 수가 없는 곳들이 많다. 마케팅도 10년차는 많이 뽑지만 나처럼 15년 이상, 20년은 넣을 곳이 많이 없다. 아니면 해드헌터 하라고 제안이 온다. )


일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컸고,

일을 다시 한다는 것은 신중해야 할 일이긴 하다.

휴식기가 길어질수록 체력이 좋아졌다고 보기엔

지금은 자칫 늘어져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은 1년은 쉬라라고 하지만

그러기엔 내 통장에 잔고는 그다지 녹록지 않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나도 새로운 시작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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