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외국인 상사와 일하기

나의 첫 외국인 상사

by 이름없는선인장

1. 돌려 깎는 표현

- “I am not criticizing you…” 근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내가 입사하기 전 내용이니 내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니저로서 해야 되는 일기도 하니 언젠가는 해야 하는.. 해내야 하는.. 표면적으로는 내 잘못이 아니지만 포지션으로는 내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냥 못 알아들은 척 패스하자.


- “I am not saying it’s your fault.. but” 아니 but은 왜 나와…


- “I am not here to micro-managing. it’s tactical stuff and you should decide how to” 아니 몇 억 연봉을 받으면서 coaching만 하고, 의사 결정은 언제 한다는 거지? 정말 좋은 자리다 싶다.


2. 영어 말하기

“You can speak Korean. I will use chat GPT or AI to translate.” 하다가도 영어로 해주길 바라고, 그런 부분에서 힘들어하는 팀원들에게는 ”oh your English is perfect. I will talk more slowly.”


한국시장을 담당해도 한국어는 배우지 않는 그분. 그 밑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하는 건 너무나 힘이 든다. 한국트렌드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디지털 마케팅 테크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그가 홀로 이렇게 오래 근무할 수 있다니 놀랍고도 부럽다. 네이티브 스피커로써, 비영어권 직원들과 일을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임원이지만 대외적 이벤트나 행사에 나서서 speech도 잘하지 않는다. 아랫사람들 회의에서만 열심히 주도해서 이끌어 나간다. 다들 on-stage phobia가 있다고 한다. 어쨌든, 화상 회의를 하면, 우리는 영어 수업을 듣는 느낌이고, 영어 강의 수업을 경청하는 느낌도 든다. 영어를 못하면, AI나 통역/번역 tool를 활용하여 본인이 어느 정도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원활한 discussion이나 converstaion이 오가지 않는다. 하지만, 회의는 항상 그분의 만족으로 끝난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여기 모인 것인가?

오늘도 머리만 아프다.


의외로 그 외에 칭찬을 받은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웃고 있지만, 열심히 작성해 간 planning document에는 "that's ordinary.."라는 표현을 듣는다. 명확하지 않은 것에는 돈이나 인력을 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또 영업팀에 도움 주는 일을 좀 하라고 한다.


또, 직접적으로 누구의 잘못이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단체방에 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시니어 리더십에서 (중간 관리자들) 이러면 안 된다. 너희들이 잘 행동해야 한다고 돌려 말함. 그냥 누구한테 뭘 들었는데 정확하게 표현 안 하고, 그 사람에게 주의 주면 될 것을, 팀으로 말하거나 부서 사람들이 말했다더라라고 떠본다. 아무런 문제 해결을 하지 않는 게 답답하다. 거기다가 본인이 답하고 싶은 메시지만 답하고 내가 보낸 메일 들은 몇 주 째 감각무소식이다. Ping을 해도 무응답. 감정을 섞지 않으려 해도 내가 맘에 들지 않나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만든다. Self leadership 나오려다 사라지는 순간이다.


나름 옆 팀 영업실적이 잘 나올 수 있도록 견인하고자 하는데, 참 어렵네. 더군다나 또 다른 옆팀 팀장은 본인이 기획 발의하고 승인받은 프로젝트를 나한테 넘기려고 한다. 여기는 기획만 하고 인하우스에서 영업해서 업무를 나눠서 하는 특이한 구조이다. 내가 왜 본인이 하던 일을 내 팀 예산을 들어가며 투자 대비 성과를

내기 위해 실적 쪼임을 받이야 하는지, 옆팀 팀장의 성과로 본임이 책임지고 해야 하지 않나? 제작 승인할 때 뚜렷한 KPI 없이도 승인하고 나나 다른 팀 팀장한테 성과 측정을 떠넘기고, 이런 현상을 외국인 상사는 왜 묵인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해가 가야 일을 해야 하는 레벨은 아니지만 또 한편으로는 반감이 생기면 실행하기가 어렵고 흔히 말해 “부서 간 싸우는” 일이 잦아지는 것 같다. 감정 노동이, 억울함이, 화가 많아지는 요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