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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면접. 면접은 언제나 어렵다

by 이름없는선인장


내 생애 첫 임원 C-레벨 면접을 보았다.

현재 회사에서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 때

이직제안 오퍼를 받고

많이 준비도 못하고 면접에 임했다.

그리고 나 조차도, 이 포지션에 적합한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일주일 만에 나는 당연히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면접 당일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이런 메모를 남겼다.




면접 본다고

내 소즁한 반차 쓰고

기분 안 좋아져서

집에 가는 길.


이게 내 길이 아닐 수 있고

이 길만이 옵션이 아닐 수 있고

첫 술에 어찌 배부르냐만은

현 회사에서는 더 이상 동기부여가 안 되고,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머리가 아프고

이곳에서의 면접 준비도 헤드헌터의 이직 제안을

받고 검토했지만, 너무 낯설고 어려웠다.

준비 시간이 짧았고

나도 많이 공부하거나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정도로 준비하고

한 번에 붙길 바란다는 게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래도 면접 관문의 골은 다 넣고 싶다.

욕심인가.


헤드헌터와 통화를 하고,

터덜터덜 집에 간다.

떨어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집에 가서 저녁으로 뭐 먹을까 생각한다.

지금 내 상황이 퇴사했거나 잘린 게 아님에 감사하다.

이곳에서 이직을 못해도

난 아직 직장인이다.

그걸로 위안을 삼아 본다.

여기서 reject 된다고

내 인샹이 reject 되는 건 아니다.




나도 면접관으로 들어가지만

은근 압박면접을 하면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첫 임원 면접이기는 하지만,

1번에 끝낸다는 것이 더 놀라웠고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4명의 면접관이 하는 면접으로

그들이 찾는 임원을 뽑을 수 있을까?

이해가 잘 되진 않았다.


임원이라고 해서 다 모든 숫자를 보진 않는다.

적어도 난 지금 직장에서는 임원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임원이 될 사람으로서

임원이 되면 봐야 하는 숫자 관념의 질문을 많이 했다.

현 직장에서의 다른 점을 난 부풀려 이야기하지 않았고,

대답할 수 없는 건 대답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었다.

서로 시간 낭비하면 안 되니까.

하지만, 그들은 내가 가진 능력을

확인하려 하진 않았고,

내가 가진 업무적 '가능성'을 보진 않는 듯했다.

은근 임원을 압박면접 하면서,

'그런 질문이 아니었는데,...'라는 표현을 하셨다.

나도 안다.

하지만 '질문이 애매모호하거나,

잘못된 질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난 반문하고 싶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본인들은 현 조직에 있어서,

다 안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다른 조직에 있는 사람도 알 것처럼 보편화되어

이야기하고, 다그치듯 이야기하는 것이

나는 그들 임원진의 레벨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대표까지 참석한 면접이었지만,

내가 할 업무에 대해 전문 분야를 가진 사람은 한 사람.

그 사람도 나와 결이 잘 맞아 보이진 않았다.

그 사람이 본인이 굉장히 전문성이 있다며

아는 척을 하고 나를 깍아내리려고 했다.

마치 내가 말 길을 못 알아듣는다는 것 처럼.


떨어진 면접에 감정을 쏟아 넣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평가를 받는 부분에서는

맘이 편치 않았다.


그럼에도, 다른 채용 공고를 여기저기 들여다보고 있다.

이직을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것 같은 올해.

40대에도 어려웠지만,

50대에 이직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근무환경이 좋은 이곳을 떠나려고 하는 이유는

더 이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월급 통장에 꽂히는 월급을 보면

다시 동기부여가 되지 않냐고?

올 해 12월까지는 무기력하지만, 잘리지 않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답답하다.

물론 지금 충원하는 팀원이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다를까 싶지만,

이제 정말 마케팅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뒤죽박죽 엉망진창.


4월은 마지막 감정노동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기여야 한다. 날씨는 따듯해 지고. 체력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생활 에너지가 충전이 되질 않는다.


좀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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