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el Oct 14. 2023

평안에 이르렀는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인격의 성숙이다. 인격의 성숙은 왜 요구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궁극적으로평안에 이르고 싶기 때문이다. 20.30대의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이들의 말을 들으면 난 그렇지 않다. 완전히 반대이다. 지금이 훨씬 만족스럽다.


이유는 20, 30대는 세상을 몰랐고 자신을 몰랐고 타인을 몰랐으며 너무나 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사건을 일으켰고, 그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으며 좌충우돌의 시간이 떠돌며 살고 있는 허공에 풍 떠 있던 시간이었다. 물론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많은 경험을 할수록 데이터와 근거가 되어 훨씬 더 객관적인 평가에 근접하게 되었다.


내가 내린 어떤 사안에 대안 결론이 진리에 다다를수록 평안에 근접하게 된다. 인생의 흐름과 나의 흐름이 부딪히지 않고 연합되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서이다. 평안의 반대는 불만족이라고 생각한다. 평안은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그래서 더 이상 어떤 것을 갈망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맹점은 모든 것에 순응만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여 성장시키려는 인간의 본성을 충실한 과정과 결과라는 상황을 인정하고 만족하는 긍정적 사고를 말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분석이다.


일주일의 삶을 살고 안식하는 휴일 교회에 가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일주일 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전체 삶의 방향 기준에 맞게 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리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관점을 수정하고 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대안을 계획하는 시간이다.


확연하게 10년 전, 1년 전, 현재의 나는 점점 더 평안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에 대하여 만족감과 행복감은 어떤 것보다 명확하고 중요한 인격의 중심이다. 평안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왜곡된 감정이 없는 상태이다. 세상의 살아가며 만나는 인간관계와 일, 자신과도 사적인 감정이 없는 평화로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며 그로 인해 사물과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형성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모든 것이 좋은 것으로 보이고 미화한다. 그리고 도파민이 빠지는 시기가 되면 상대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차이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관계를 형성시키기 위한 동기유발을 일으키는 점에서는 꼭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며 돌이킬 수 없는 결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평안에 이르게 되면 ( 물론 감정을 가진 인간이 늘 평정심을 유지할 수는 없다. 불안정한 감정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능력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인생을 즐길 수가 있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급하게 일어나지 않고 누워서 있는 시간을 잠깐 갖는다. 여유있게 아침을 먹고 즐거운 음악이나 설교, 오디오북을 들으며 드라이브하다 보면 직장에 도착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잠깐 기도를 하고 전화를 통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며 근무한다. 점심시간에는 회사 근처의 정발산에 산책하러 간다. 특히 소나무의 향을 너무 좋아하여 그곳은 근무 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놀러 온 느낌으로 바뀐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에 주의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그 사안은 포기한다. 다른 사안을 찾으며 새로운 일로 생각을 전환한다.


일을 하면서 가장 조심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하여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사실 자신이다. 주어진 환경에 불만족하고 불평하는 자신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모든 상황이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 시간이 불만족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 상황에 대하여 운명으로 순응하는 것이다.





좀 더 깊게 이야기하자면 세상에 억울하지 않은 인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자신이 크게 나쁜 삶을 살지 않았는데 혹은 부조리한 삶을 살았더라도 자신에게 닥치는 불행은 누구에게나 억울하고 분노스럽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불평만 하고 시간을 보내게 되면 감정의 스트레스의 증폭으로 몸까지도 암이나 심혈관 뇌혈관 등등의 질환이 생기게 되며 자신의 운명은 점점 더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나이가 들어 노후가 되면 우리는 누구나 늙고 누구나 병들며 누구나 죽는다. 예외가 없는 예정된 불행들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하고 전체를 보는 관점에서 지금을 바라보아야 방향이 잘못되지 않는다. 결국 평안에 이르는 것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며 나를 위한 것이 타인을 위한 것이 되게 되는 순서인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지금 시간이 소중하고, 병듦을 생각하면 건강이 소중하다. 어느 신부님이 우리 몸의 물질적 가치는 20억 원이라는 말씀하셨다. 우리는 이미 20억 원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소유한 것을 알지 못하고 잃어버렸을 때 그것을 소유했던 것을 알게 된다.


이별을 생각하면 싸우는 관계도 소중하다. 죽음을 생각하면 상처도 소중하다. 우리에게 인생이 소중한 이유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이가 들어 에너지가 사라지기 전에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자신과 연애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겠노라고 생각하였다. 글을 쓰고 싶어 하면 글을 쓰게 해주고, 잠을 자고 싶어 하면 잠을 자게 해주고, 연애를 하고 싶어하면 연애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맛집에 가고 싶어 하면 맛집에 가게 해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해주며 살고 있다.


세상에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 많다. 일의 성과도 내뜻이 아니다. 그저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죽음도 건강도 내 뜻으로 결과를 도출해 낼 수는 없다. 단지 더 좋은 결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평안에 이르는 것이다.


100세라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나에게는 아직 50%의 인생이 남아있다. 남은 인생에 들어가기에 앞서 평안에 이른다는 것은 엄청난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인생이 뭔지 모르고 냅다 달리기만 했던 50세 전까지의 삶에서 이제는 천천히 걸으며 나무도 보고 숲도 보고 별도 보고 우주도 보며 자신을 보며 인생을 보며 관망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너무 설레며 기대되는 시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명감과 성공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