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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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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갤럭시편지 Nov 06. 2023

콩나물밥

전기밥솥으로 한 콩나물밥

동네에 한 정거장 걸어가면 생협매장이 있다. 예전에는 유기농이나 친환경, 친농부 생협 재료가 일반 매장보다 조금 비쌌지만, 이제 물가가 많이 올라서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하다. 산책 겸 걸어가서 매장 구경하는 데 소소한 낙이다. 유기농 콩나물 한 봉지를 사서 나물은 영 자신이 없고, 콩나물밥을 했다. 전기밥솥에 쌀을 안칠 때, 물을 평소보다 조금 넣고 콩나물을 씻어서 같이 앉히기만 하면 된다. 15분 쾌속이면 노란 콩나물 대가리의 달큰한 맛이 일품인 통나물밥이 완성된다. 우리 엄마가 자주 하는 음식 중 하나라서, 밥을 먹으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 어떤 음식이든 별 조리 없이도 조리 시간을 기가 막히게 맞춰서 딱 입에 맛있고 깔끔한 엄마밥. 엄마밥이라는 말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거나 혹은 고된 노동의 결과라고 해도 나의 자양분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걸 먹고 자랐으니까. 어느 순간 엄마의 자양분보다 외부의 정보, 지식, 관계에서 더 성장한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도 나에게 더 가까이 공감해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엄마를 답답해했었는데, 오늘 생각해 보니 참 이기적이었다. 이제는 집밥, 엄마밥 찾을 나이는 지났는데도, 본가에 가서 밥을 먹으면 배가 볼록하니 과식을 해서 어리석다는 말을 듣는 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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