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독립’이라는 말이 작년, 재작년에 유행했었다. 독립하지 못했지만, 마치 독립심을 가지고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믿는 나이 든 아이의 심리를 설명하는 말이다. 누구나 적고 많음의 차이일 뿐, 허구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독립심도 마찬가지다. 홀로 서는 법도 알지만, 홀로 서지 못하는 일도 있고, 홀로 서지 못하면서 괜찮은 척 연기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괜찮다며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속이다’라는 뜻의 기만이라는 단어는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혹하며, 기만 중에 가장 지독한 기만은 ‘자기기만’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안의 허구적인 독립심이 들통날까 봐, 나도 모르게 연기를 할 때가 있다. 가장 최초의 자기기만의 기억은 고등학교 1학년때 수학여행 때였다. 난 늘 아빠가 싸주던 우엉이랑 치자 단무지가 들어간 김밥 도시락을 싸갔는데, 그날만큼은 내가 만든 햄 볶음밥을 가져갔다. 아빠랑 엄마가 떨어져 살게 되면서 정신없던 상황이라 내가 도시락을 싸게 된 것이다. 만들 때는 재밌기도 하고, 맛이 기대되었다. 수학여행 때문에 들뜨기도 했고. 그런데 내가 만든 도시락은 밥은 딱딱하고 햄 야채는 밥에 비해 적었고, 기름 냄새가 눅진했다. 기름을 많이 넣으면 윤기가 좔좔 흐르고 요리할 때 부드러우니 마구 식용유를 넣은 것이다. 도시락을 열어 한입 입에 넣는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서 친구들에게도 한입씩 맛 보여주고 어찌어찌 맛있게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은 참 속이 상했던 것 같다. 기름진 볶음밥을 먹는 그 순간 맛없고 초라한 도시락이 싫어서 내 표정은 멋쩍고 당황스러움이 가득했었다. 지금은 햄 없이도 맛있는 볶음밥 정도는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도시락을 싸줄 수도 있고, 밥을 차려 줄수도 있는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도, 따가운 기억은 불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