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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May 05. 2023

10년차 직장인 상담일지 : 프롤로그

마음이란 것을 살피기 시작한 때

마음이란 것을 살피기 시작한 때


2017, 홋카이도에서, MINOLTA


7년 전, 직장인 4년차가 되던 해의 일이다. 28살의 나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집에 종교를 가진 사람이 없는데 홀로 성당으로 간 이유를 스스로도 명확히 정의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 내 마음이 좀 이상하고,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친구 중 가장 멘탈이 건강해보이는 녀석이 성당에 다녀, 같이 가달라고 부탁을 한 게 시작이었다.


세례교육반 동기 중에는 정신의학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언니가 있었다. 교육을 받는 6개월 동안 나는 종교뿐만 아니라, 언니를 통해 '세상에 이런 일이'있구나 라는 것도 배웠다. 언니는 미혼모였다. 전남편의 폭력으로 1년 전 이혼을 했고, 새 남편될 분 가족의 요청으로 세례를 받는다 하였다. 이혼, 가정 폭력, 재혼.. 이 모든 걸 경험한 사람을 처음 보아 머리가 어질했다.


언니가 일하는 정신의학과는 여원장님이 계셨는데, 그녀의 이야기도 기가 막혔다. 약을 섬세하게 잘 처방하기로 유명해 평이 좋은 병원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면 그 원장님도 학회에서 만난 젊은 의사에게 과도한(?) 짝사랑을 하는 바람에 접근 금지 명령이 떨어진 상태라고 했다. 언니는 한동안 법원에서 병원으로 날아온 우편물들을 몰래 정리해야 했다고 한다.


"언니, 그 원장님이랑 일하기 좀 무섭지 않아요?" 라고 물으니 대답이 또 놀라웠다. 언니는 원장님을 친언니처럼 모시고 있다고 했다. 이유인 즉슨 두 분의 가정사에는 '아버지가 스스르 목숨을 끊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야기가 통하는 점도 많고, 정신적으로 흔들려도 서로 이해해줄 수 있다고 했다. 사람 마음이란 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그리고 언니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은... "너 회사에서 일 한다고 했지? 30대가 되면 너도 이제 마음의 병을 하나씩 앓게 돼. 없던 병이 아니라 네 안에 숨어있다가 바깥으로 고개를 내미는 거지. 30대 직장인 정신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그게 특이 케이스일 걸. 무슨 일 생기면 당황하지 말고 병원으로 가. 상담 꼭 받고."


이듬 해 나는 성당에서 쓰러져 처음으로 정신의학과를 찾아갔다. 불안 과다로 인한 과호흡이었다. 이후에는 주머니에 약을 넣어 다니다가 위험 신호가 올 때 두어번 먹었다. 부끄러운 일은 아니므로 가까운 지인들에게 알리니,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마음챙김이 시작됐다 


2019, 아차산 자취방에서, MINOLTA


행복한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해 마음을 챙길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마음관리에 관한 책을 읽고, 요가/명상을 하고, 마인들링 웹서비스도 이용해봤다. 모두 도움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작년부터 다시 시작한 심리상담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 해보려고 한다. 심리상담을 시작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회사 복지 항목에 있어서 시작해본 것이었다. 처음엔 '요새 정신상태 괜찮은데, 별다른 이유 없이 해도 될까?' 싶었는데, 상담을 이어가다보니 나에겐 상담이 필요한 별별 이유가 다 있었다. 


30대 직장인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이미 그 안에는 생채기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그것을 '전사의 상처'라 부르고 싶다. 상흔들을 잘 남기고 기억하면, 지금 아픈 사람들에게 공감해줄 수 있는 '지혜'로 남을 거라 확신한다. 성당 언니가 나에게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직장 후배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꺼냈을 때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이 이 글을 시작하게 된 발단이 됐다. 보잘 것 없지만 내 이야기가 갓 30대가 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사회 생활 선배들의 지혜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10년차 직장인 상담일지>는 '모닝글쓰기클럽(모글클)', 그리고 '모닝모닝클럽(모모클)'과 함께합니다. 

https://morningmorning.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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