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또 새로운 브랜드라니.
브랜드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실로 많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브랜드의 정확한 정의를 알 수 없지만, 적당한 이름과 로고, 대표할만한 사진과 상품, 나름의 철학이 있으면 브랜드라고 칩시다. 뭐 하나를 사려고 해도 대기업이 만든 제품부터 디자이너 브랜드나, 작은 철학자들이 만들어낸 제품들이 가득합니다. 소비자는 무엇을 선택할까요? 어떤 기준으로 브랜드들은 선택될까요?
신제품 준비에 한창인 지금, 새로 브랜드를 런칭하려니 문득 걱정이 앞섭니다. 이렇게 브랜드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또 새로운 브랜드라니. 나의 작고 가여운 이 브랜드에 누군가 관심을 가지기는 할지 걱정이 됩니다.
미디어 세상을 돌아봅시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라는 동요 가사가 있었습니다. 20세기에는 TV와 같은 미디어 매체가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몇몇 방송사에서만 취급하는, 특별한 매체였지요. 그저 우리는 소비하는 입장이고요. 옛날 옛적 프로그램들이 40%가 넘는 시청률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선택의 옵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허나 지금은 다릅니다.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유투버가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저 역시 느슨한 유투버입니다.) 어떤 소재를 가지고도 유투브를 할 수 있지요. 꿀벌을 키우는 아저씨도, 야근과 술을 즐기는 직장인도, 연예인이나 국회의원도 모두 유투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취향껏 그들을 선택하고 소비하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채널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콘텐츠의 공급과 소비에 제약이 없어진 사회입니다.
몇 개월 전쯤, 서류가방을 하나 사려고 둘러보던 적이 있습니다. 예산은 딱히 정해져있지 않았기에 소위 명품 제품들이나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 또는 몇몇 유명하다는 네임드 제품들을 봤는데 영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직관적인 소비를 좋아하고 빠르게 결정하는 저인데도 유독 오래 걸리는 쇼핑이었습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쇼핑에 몰두하다가 우연히 '일할 때 겪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브랜드를 발견했습니다. 적당한 노트북 파우치가 있었고 결국 그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무려 재입고를 기다려서까지 산 파우치입니다. 지금도 역시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브랜드 신제품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브랜드 세상 역시 미디어 세상과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브랜드를 걸고 나옵니다.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제품을 접하게 되죠. 평소라면 사지 않았을 것 같은데 사게 되는 제품도 있고, 독특한 매력에 반해 팬이 되는 제품도 있고, 누군가 추천에 의해서, 또는 나의 분석적인 비교에 의해서 사게 되는 제품도 있습니다. 물론 구매 경험이 좋지 않아 '빅 안티팬'이 되는 브랜드 역시 있겠고요. 결국 브랜드 바이 브랜드입니다. 각자 알아서 잘 하면 성공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브랜드가 넘쳐나는 세상에서의 항해를 위해 뗏목을 고르던 중 문득 불안감이 들었습니다만, 결론은 각자 알아서 잘 하면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명쾌하고도.. 모호합니다.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요? 비즈니스를 잘 하는 방법 또한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수많은 정보와 흐름 속에서 초기 기획 의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낯선 시선에서 점검하며 헤쳐나갈 수 밖에는 없습니다.
할 일은 많고, 머리는 복잡하고, 그에 비해 평화롭게 흘러가는 오후입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제품에 담아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잘 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누군가는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