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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주 Mar 05. 2021

불금에는 솔직하게 쉬었습니다

오늘은 술술 쓴 일기

이틀 연속 새벽에 글을 썼다. 얕은 잠이 깬 직후라서 그런지 새벽의 기운을 받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솔직한 마음으로 쓸 수 있었다. 후련하다.

이번 주 진료에서 선생님과 ‘겉과 속’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롭기도 했고 서운하기도 했는데 그 감상을 글로 남기자니 잘되지 않았다. 자기비판을 나열하다 지쳐서 그만뒀다. 오늘 새벽에 수월하게 풀어냈다. 이렇게 써도 되겠다, 싶다.

오늘은 휴식했다. 많이 잤다. 더 자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 자고 싶지는 않았다. 덕분에 저녁에 일어났다. 창극을 함께 보자는 지도 교수님의 문자가 와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곳저곳에서 힘을 얻는다. 어제 다른 선생님께 메일 보낸 것도 무난히 답을 주셨다. 부끄러움이 감소했다.

창극 <패왕별희>와 <아비, 방연>을 봤다. <패왕별희>를 볼 때는 평소 습관대로 비판적 시각을 끌어안고 봤다. 생각을 많이 하며 봤다. 봤다? 들었다? 감상했다? 즐겼다? 감상했다. <아비, 방연>을 볼 때는 생각을 조금은 내려놓고 극의 감정에 이입하며 감상했다. 둘 다, 활기가 됐다. 힘이 더 나면 이것저것 감상하러 다니고 싶다. 현대미술도 좋고, 공연도 좋고, 무엇이든.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카페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갔다. 커피를 즐겼다. 콜드브루에 물을 반만 타 달라고 말씀드린다는 것을 오랜만이라 깜빡했다. 늘 맞춰 주셨는데 직원님(?)께서도 오랜만이라 깜빡하신 것 같다. 옅었지만 맛있었다. 커피가 맛있다는 것을 처음 가르쳐 준 곳이다.

첫 주 과제가 제법 있는데 내일 하고 싶다. 오늘은 글을 쓰다 논문을 읽거나 <디디의 우산>을 읽고 싶다. 논문 관련 공부는 어느샌가 ‘공부’가 아니라 글 쓰는 것, 다른 무언가를 읽는 것과 비슷한 대열에 위치한 것 같다. 학교 과제는 여전히 ‘공부’다. 그래도 지금은 뭐든 괜찮을 것만 같다.

오늘의 일기는 술술 나오네. 복잡한 생각이 꺼진 날이다. 휴식하기 좋은 날이네.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다. 즐겁게 놀고 싶다. 다음 주는 바쁠 것이다. 바쁘고 싶다. 졸논 초고를 쓰면 부담이 한 결 줄어들 것 같다. 수업에도 집중할 수 있겠지. 그래도 학교 준비는 내일부터 해야겠다.

오늘을 어떻게 즐길까. 마땅한 아이디어는 없다. 그래도 무엇인가 있겠지. 음악이 좋은 날이다. 들으면서 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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