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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주 Mar 25. 2021

100

드라이브 단상

차가 무척 덜컹거렸다. 친구는 영화 제작부의 로케이션 담당이다. 어디 진흙탕에 빠졌다가 나왔더니 덜컹대는 차가 되었다. 시속 80km까지는 평소와 같다. 130km/h 넘어 달리면, 어쩌다 그렇게 달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괜찮다. 80과 130 사이에서는 덜컹거린다. 앞도 흔들리고 뒤도 흔들리고. 세탁기가 탈수하듯이 덜덜덜덜 위아래로 거세게 덜컹거렸다. 차가 멀미할 것 같았다. 주유소에 들러 5만 원을 넣고 다시 달렸다. 서울에서 파주로, 고양으로 몰았다. 계속 덜컹거렸다. 끝까지 계속해서 숨 쉴 틈 없이 계속해서 1초에 두 번쯤으로 계속해서 덜컹거렸다. 점심을 먹지 않았고 낯선 언어로 텍스트를 읽었다. 진이 빠졌다. 천천히 달리면 괜찮은데. 빨리 달려도 괜찮지. 적당히 빨리 달리면 괜찮지 않다고. 천천히 달리거나, 빨리 달리거나, 둘 중 하나를 꼭 선택하란 말이야. 80에서 130까지 중간은 50 만큼 뚝 끊겨 있으니까. 그 차이만큼 하나만 택할 이유가 있다. 50만큼 끊긴 것은 뚝도 아니고, 뚜우우욱이거나, 끊긴 것이 아니지 않나. 그냥 비어있다. 허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100 얼마쯤에서 계속 달렸다. 달려서 덜컹거렸다. 멀미가 났다. 흙탕에 빠지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지. 더 말썽이 없도록 이따 수리를 맡겨야겠지. 그래도 우리는 덜컹거리는 속도로 계속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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