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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윤 변호사 Sep 17. 2023

내 주변 5명이 나의 평균이라고?

고맙고도 빌어먹을 인스타그램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5명의 평균이 '나'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퇴사 후 지난 5개월.. 누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혹시 비인간 동물도 포함되는 거라면... 고양이1, 고양이2, 고양이3, 2살 아기, 남편.. 뭐야 일단 이렇게 되면 평균 지능이... 게다가 나 완전 가족적인 사람이잖아?



연수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오며 가며 라디오를 많이 들었는데 그때 들었던 내용 중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말이 있다. 정확한 워딩은 생각나지 않지만, '우리는 책을 통해 삶이 변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삶을 변하게 하는 건 한 권의 책 보다 한 명의 사람을 만날 때'라는 내용이었다. 하기사 텍스트로 가끔 만나는 책보다야 그 사람의 생각, 대화, 행동, 모든 것들을 상호작용하는 사람에게서 더 영향받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진지하게 내 주변 5명은 누구일까? 차마 밝힐 순 없지만 나에겐 떠오르는 몇몇이 있다. 사실 알지도 못하고 본명도 모르지만 누구보다 내가 영향받는 사람들 5명.

그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귀한 존재들인데, 먼저 A는 나에게 끝없는 운동 자극을 준다. A는 훤칠하거나 근육질의 사람은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었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탄탄한 골격근량을 갖게 된 사람이다. 자주 자신의 운동을 짧게 기록해서 공유하는데 그걸 볼 때마다 나는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고 어떻게든 운동을 하게 된다. A는 약 1년 정도 (비교적 저강도의) 운동을 매일매일 하고 있는데 내 목표도 A처럼 1년 정도 꾸준히 하는 것이다. 하루에 10분이라도 좋으니까.


또 B는 우아함에 대한 끝없는 알람을 준다. 우아하다는 건 뭘까? 어려운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외적으로 또는 내적으로 우아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적을 순 없지만... 여하튼 내가 생각하는 매우 우아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B. 나는 B를 목표로 삼을 수도 없고 닮을 수도 없다는 걸 잘 알지만(약간 태생이 달라~ 평균값에 넣을 수 없는 '튀는' 숫자라고 할 수 있겠음) 그래도 B를 보며 어떤 최소한의 우아함을 가지겠노라 다짐한다. 매일 실패하는 다짐.


C와 D는 어려운 존재다. 나에게 자괴감을 주기도 하고 끝없는 도전 의식을 주기도 한다. 부러워 죽겠기도 하고 너무 멋져서 기립박수 쳐주고 싶기도 한 존재들.


E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마음이 좀 복잡 미묘하다. E는.. E는 어쩌면 또 다른 평행세계의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존재다. (물론 그 사람은 나를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E의 어린 시절이 나와 닮아 있기도 하고 또 E의 점프업이 나와 닮아 있기도 하고 지금 E가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기록하는 것들의 사유와 표현에 내가 너무나도 공감하기 때문인데. 그러면서도 E는 내가 닮고 싶지 않은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서 닮고 싶지 않다는 것은 E의 존재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나의 과거에 대한 평가다. 나는 그 때의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그리고 E는 나와 조금 유사한 점이 있을 뿐 이미 나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임.)



여하튼 퇴사 이후 매일같이 만나는 인간관계가 사라진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5인은 A, B, C, D, E이다. 그리고 그들의 평균..보다 좀 많이 낮은 곳에 내가 있다.


나는 A, B, C, D, E의 평균이 되려고 오늘도 그들을 눈으로 또 손으로 좇고 따라 할 것이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해 준, 고맙고도 빌어먹을 인스타그램에게 이 글을 바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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