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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난달 Jul 12. 2020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모를 때

내 북극성을 찾기 못한 두려움

첫 직장을 가지고 어느덧 반년이 넘었다. 요즘 든 생각은 어떤 일이든 처음에 호기롭게 시작을 해도 권태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거다. 그렇게 힘들게 입사를 위해 포부를 밝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통장에 꽂히는 월급을 볼 때만 이 일에 대한 뿌듯함을 느낀다. 입사하면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했던 계획들은 흐지부지 됐다. 이따금 야근할 때는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몸은 배에 올라 바다 위를 흘러가지만 마치 망망대해에 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건 어려서부터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시간들이다. 나는 의미 없는 삶이 너무 싫다.


초등학생 땐 역사책에 내 이름을 남기는 게 꿈이었다. 사학자가 되어 국사 교과서 맨 뒤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 그게 내 꿈이자 지향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진로나 직업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나는 역사책을 보는 게 취미이자 특기였다. 다른 과목은 몰라도 역사나 국사에서 받은 시험 점수는 100점이어야 했다. 어쩌다 한 문제 틀리는 건 자존심이 상했다. 수학이나 영어에서 받은 70,80점에는 안도했지만 역사 과목에서 받은 96, 97점엔 화가 났다. 덕분에 난 알았다. 내가 이 분야를 정말 좋아하고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그러다 역사를 전공하고 공부하다가는 굶어 죽는다는 형의 조언에 다른 꿈을 찾았다. 아마 내 천직이었다면 거기서 그 꿈을 접지 않았을 거라 믿는다. 정말 원했다면 오기로라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난 다른 꿈을 찾아 나섰다.


대학에 가고 축구 기자를 꿈꿨다. 축구를 하고 보는 것은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축구 기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무작정 네이버 포스트에 글을 썼다. 나름 축구를 보고 분석하고 포토샵까지 홀로 독학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었다. 한 번은 네이버 메인에 내가 만든 콘텐츠가 오른 적이 있는데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뻤다. 나는 그때 느꼈다. 이게 내 길이라 생각했다. 축구가 너무 좋아 K리그 현장에 찾아다니고, 스포츠 기자단 대외활동을 하고, 성남FC 명예기자까지 했다. 그리고 몇몇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해 서류 지원을 했다. 한 번은 수많은 서류 탈락을 거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축구 전문지에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다. 결과는 탈락이었는데 어쩐지 분하지 않았다. 나는 그 해를 마지막으로 직업 관련 사이트에서 축구 관련 직업은 검색도 안 한다.


나에게 축구는 그 정도였다. 축구를 잘 봐야 하고 콘텐츠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니 축구는 내 최대 취미로 돌아왔고 지금은 즐기는 입장이 됐다. 취미로 좋아하는 것은 하는 건 즐겁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 나는 축구 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취업 문제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스스로 느끼는 발전 없음에 대한 짜증을 기꺼이 감내하지 못했다.


나는 꿈에 대한 타는 목마름에 점점 잠식되어 갔다. 내 길을 찾고 싶은데 나만의 북극성은 보이지 않았다. 드넓은 세상 속에서 이 별이 내 북극성인지 저 별이 내 북극성인지 도저히 알 도리가 없었다. 언젠가부터 내가 스스로 좋아서 하지만 잘하지 못해 분한 일이 없었다. 아니, 없는 줄만 알았다.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나에게 그건 글이라는 것을.


브런치의 지난 '나도 작가다' 공모전은 정말 스트레스였다. 지난 차수에서 내가 뽑히지 못했다는 분함에 "대체 심사위원은 무엇을 보나?"라는 원망부터 당선작에겐 "딱히 특별한 것도 없네"하고 질투까지 생겼다. 결국 그 원망과 질투는 내게 스트레스로 돌아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어졌다. 어느새 나는 브런치에 단편소설을 쓰고, 때때로 내가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들을 기록하며, 연애에 대한 감정을 따로 정리도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재밌어서 하는 행동들이다.


나는 지금 글을 못 쓴다. 그래서 두렵다. 성공하지 못할까 봐 두렵고 이걸로 돈벌이를 못할까 봐 두렵다. 평생을 마음에도 없는 일에 쓸까 봐 걱정된다. 주변인들로부터 인생의 실패자로 낙인찍힐 까 봐 무섭다. 그런데 내가 글을 못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에 날 때부터 전문가인 사람은 없다. 수많은 대회와 공모전의 수상자들이나 책을 쓰신 작가분들은 나보다 많이 책을 읽고 또 글을 쓰셨기 때문에 지금 작가라고 불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문장을 글이 아닌 마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나에게 의식적인 노력으로 화답해야 한다.


이젠 내 북극성이 보인다. 내 주변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 고민임을 안다. 마음의 자석이 끌리는 것이 뭔지 모를 때 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권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즐겁게 하는 당신의 일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지금 내가 그 일을 잘해내지 못할 때 너무 약이 오르고 잘하고자 하는 욕심과 오기가 생기는 일은 무엇입니까?"


나의 대답은 글쓰기였다.


당신의 대답이 궁금하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북극성이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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