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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Dec 06. 2023

삶의 주체가 되는 연습.

 유치원 때부터 고3까지 운동만을 바라보던 반 친구가 있었다. 도내 투포환 학생부 대표였고 부모님은 체육학과 교수님, 타고난 피지컬에 뛰어난 운동신경과 머리까지. 바른 인성과 성실한 그 친구는 돌연 고3 2학기, 운동을 그만두었다. 그리곤 자기가 꿈꾸던 호텔경영학과로 진학했다. 충격이었다. 그런 사례는 종종 발생했다. 미술을 하던 친구가 뜬금없이 간호학과를 간다거나, 감성 충만 문과생이 십 년 뒤엔 개발자가 되어있다거나. 아, 치과의사가 타코 집을 차린 것도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한두 가지쯤 자기 재능을 타고난다. 하지만 재능대로 살진 않는다. 그렇게 살아지지도 않고 내가 무슨 재능을 가졌는지 모르고 살 확률도 높다. 운 좋게 좋아하는 것, 재능, 노력, 주변 환경, 원하는 것까지 받쳐준다면 정말 행복한 삶이겠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랴. 주변 환경을 탓하고 살던 시간이 길었다. 부모님의 지지가 없어서, 나에게 관심이 없어서, 학원을 안 보내줘서.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의 핑계엔 늘 누군가 있었다. 살아보니, 살다 보니 재능껏 사는 사람은 별로 없더라. 좋아하는 것 하나도 찾기 힘든 삶인데 재능이라니, 그저 사치스럽다. "재능보단 노력"이라는 말을 싫어했다. 그래도 재능이 없으면 하나마나지! 그래도 나는 재능쪽이 더 멋지고 좋아!

 전.혀.

 꾸준함 없는 노력은 빛을 잃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그 빛나던 재능은 너무나 초라했다. 일단 어느 경지에 오르려면 노력은 필수 요소였다. 자기 방식대로 삶을 이끄는 사람을 봤다. 티비나 영화가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마치 [달과 6펜스]를 읽었을 때의 충격과 같았다. 내가 아는 그녀는 그림과 글, 영상을 찍고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삶이 아름다웠다. 어떤 작품을 봤을 때 우리는 그 작품 뒤에 수많은 시간은 생각하지 못한다.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의외로 이런 말을 한다. "저는 노력파에요.", "저는 애매한 재능 때문에 노력을 많이 했어요." 한 큐에 멋진 것을 내놓고 싶다는 욕심. 나의 발목을 잡은 건 결국 나였다. 스스로 의심하고 믿지 못했다. 삶의 주체인 그녀를 떠올리며 오늘은 내가 생각한 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6시 30분에 일어나서 바로 이불 정리를 했다. 집 안의 조도를 어둡게 하고 명상을 하고 요가를 했다. 아침 요가와 명상은 항상 내 위시리스트였다. 가볍게 몸을 풀고 천천히 아침을 챙겨 먹고 바로 설거지를 했다. 그리곤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만큼은 밖에 나가야지. 이틀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집순이라 딱히 답답함을 못 느끼는 나지만, 집에서 나태하게 넷플릭스만 보고 있을 순 없어. 그리곤 글을 써야겠다. 나는 내 삶의 주체가 되고 싶다. 재능껏 살지 않아도 된다. 꾸준히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내 재능이 "꾸준함"이 되길 원한다. 원하고 나는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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