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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Dec 07. 2023

직업의 의미.

직업 :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


예전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존재했었다. 공무원은 철밥통이고, 탄탄한 회사 들어가서 착착 승진해서 그 회사에 뿌리내리는 일이다. 퇴사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고 오직 회사의 네임밸류와 그 안에서의 위치만이 한 사람의 모든 걸 대변해 주기도 했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이제 사전에서나 찾을 수 있고 또 어떤 사장님들은 직원들에게 말한다.

 "여기에 뼈 묻지 마. 더 발전해서 훨훨 날아." 


 요즘 친구들은 오래 일하지도 않고 내빼더라, 끈기도 없고 배우려고 하지도 않고 요즘 애들이 문제!라는 말을 서슴 않던 실장님 앞에서 입사한지 2주 된 직원이 말했다. "실장님, 요즘은요. 10년 넘게 한 회사에 있으면 무능력으로 쳐요. 이직하고 자기개발해서 몸값 올려야죠." 분위기가 싸해졌다. 실장님은 대꾸 없이 소주를 털어 넣었다. 실장님은 두 달 전 10년 장기근속자로 표창을 받았다. 오, 서로 알게 모르게 한 대씩 주고받았네? 

 맞고 틀린 건 없다. 그냥 내 선택만이 있을 뿐. 

자, 이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서비스직을 오래 했다. 커피를 제외하고도 계속 서비스직이었고 잘 맞는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손님을 맞는 일은 부수적이었고 일의 본질 자체를 좋아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았다. 자아성찰과 생각의 영역 확대, 좋은 인연들을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좋은 점은 훌륭한 멘토들을 통해 내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에게 좋은 점을 발견하고 계속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한다.) 흥미 없는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 나 진짜 지능에 문제 있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머릿속에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없으면 두뇌가 파업을 해버린달까. 일단 '잘해내고 싶다.'와 '오, 좀 재밌는데?'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나는 그 일을 오래 할 수 없다. 또, 나는 동료를 많이 탄다. [저렇게 멋진 사람과/저렇게 형편없는 사람과] 동일시로 보인다는 건 자존감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직업/회사를 결정할 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직업군에 바리스타로 들어갔을 때 그들은 나를 커피에 대한 엄청난 자신감+자부심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했다. 나는 되묻는다. 직업은 일상이고 나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 주는데 당연한 것 아니냐고? '고작' 커피일 뿐인데 뭐가 그리 잘났냐는 말로 들렸지만 그 고작인 부분으로 제가 10년을 넘게 먹고살았거든요. 그러니 자부심 가질만하죠. 당신들도 좀 가져봐요. 세상이 다르게 보일 거예요. 순간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와 백혈구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내가 바이러스 쪽이다. 그들의 영역에 들어간 건 나고, 그들은 문제없이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그냥'한다. 솔직히 부럽다. 나도 좀 하기 싫어도 익숙해지고 진득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진득하고 꾸준함에서 오는 멋짐과 시간으로 쌓아 올린 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자기 자신이다. 한 겹 한 겹 곱게 쌓여서 하나의 크루아상이 만들어지듯 진득함은 언젠가 펑! 하고 나를 탄생시킨다. 내가 진득한 사람이었다면 인생이 조금은 편했을까? 하기 싫은 것에 대한 반작용이 평균치보다 세게 오는 사람이라 호불호가 크고 견디기 힘든 날들이 많았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 받아들여야 한다. 


 남편과 다음 스텝에 대해 진솔하게 고민을 나누는 날이 많다. 직업에 대한 성향이 비슷하고 부담을 더 많이 가질 것을 알기에 몇 가지 당부를 했다.


1. 둘 다 하기 싫은 일 하면 병나는 스타일이니,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우리에게 맞는 것 찾기.

2. 우리에게 '직업'은 돈 버는 일 이상의 가치가 있기에 스스로 떳떳하고 만족스러운 일하기.

3. 즐겁게 할 수 있고 발전이 있는 일 하기. 발전이 없으면 시들어가는 사람들이라 그렇다.

4. 딱히 사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 돈 욕심에 눈멀지 않기. 물론 돈이야 많으면 좋겠지만, 돈이 목적이 되지 않게 하기. 

5. 건강을 해치는 일 하지 않기. 

둘이 건강하게 늙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끝으로 서로에게 동의했다. 


 20대 후반의 나는 30대의 내가 궁금했고 기대됐다. 30대 후반인 나는 40대의 내가 두렵고 무섭지만, 나를 믿어보려고 한다. 좋은 남편과 손 꼭 잡고 걸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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