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1-8화 보고 쓴 글과 영상
'내가 순정만화 속 주인공?'
아니 주인공은 얘네고.. 넌 엑스트라...
만약 여러분이 단 며칠 만에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만화 속 세상, 게다가 너는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라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마치 영화 트루먼쇼와 같은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트루먼과 달리 이 드라마의 주인공 은단오의 주변엔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등장인물들이 있죠. 이 엄청난 (이 세상이 만화 속 세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아가 생겨버린’ 인물은 단 한 명 뿐이여서 나머지 친구들은 아무리 진실을 말해줘도 단 한 마디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실제 ‘자아’와는 다른, 작가가 부여한 ‘설정값’으로 평생 살아갈 운명인 단오. ‘부잣집 딸내미로 심장질환까지 가져 본디 착한 말밖에 할 줄 모른다’는 설정값과는 달리 실제 단오는 놀라울 정도로 사이다 캐릭터입니다.
드라마를 시청하기 앞서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꽃보다 남자>류의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았을 뿐더러, SF9의 팬도, 에이프릴의 팬도 아니었기 때문이죠. 아 게다가 원작 웹툰도 들어본 적 없었기 때문에 그냥, 예서(이혜윤 분)야 반가워 하며 보기 시작했죠.
"나한테 이러는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 "너 오늘부터 내 가방 셔틀해라" "♬♪♬♪♬♪♬♪(학교 위 옥상에서 바이올린을 키며 우는 서브남주)" ...
깨알같은 '순정만화 속 대사'들은 왠지 만화보다는 인터넷 소설에 가까운 감성이었습니다. 여기서 끝난다면 인터넷 소설을 보며 자란 90년대생 본인은 질색하면서 화면을 껐겠지만, <어하루>에는, 저와 함께 질색하는 단오가 있었습니다.
'비련의 여인'에 가까운 캐릭터 설정에 반항이라도 하듯 단오는 만화 속에서 흘린 눈물은 곧바로 닦아내고 4가지 네가지 아주 지대로 아무것도 없는 약혼자 백경에게도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태도로 돌아서곤 합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캔디와 단오는 울지 않는 건 똑같지만 대책없이 밝기만 드럽게 밝고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지는 않습니다. 단오의 미래, 즉 콘티를 바꿔줄 무언가가 생겼고 단오는 이왕 하는 거 본격적으로 찾아나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