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빼기의 힘
나는 관대하다.... 나 자신에게.
CoDo App으로 하는 챌린지도 많고 달리기 등등 하루하루 꾸준히 하려고 하는 것도 많지만 아주 자로 잰듯 정확하지 않아도 한 걸로 치는 경우도 많다. 100을 하려고 활기차게 시작했지만 85 정도 해놓고 에너지가 소진되어 급히 마무리를 하는 일도 없지 않다. 오늘 계획한 일은 오늘 다 하는 날이 드물다.
어제보니 LoseIt을 계속 쓴 것이 167일째이고, 그 사이에 21.1파운드가 빠졌다고 했다. LoseIt은 먹은 것들을 기록해서 칼로리 카운팅을 하는 앱인데, 이것 기록도 대충 비슷하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다. 먹은 양도 대애충, 까먹고 못 쓴 음식이 있어도 대애충. 정확한 음식이 없으면 비슷한 걸로. 대신 엉망이더라도 계속 쓰기는 하고 있다. 대충 쓰는 것에 마음의 가책이 없으므로 거리낌 없이 쓰고, 거리낌 없이 쓰니까 재미는 있다. 매일매일 적확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부담스러워서 애저녁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달리기도 비슷하다. 종종 뛰러 나가서 다양한 이유로 (러닝 팬츠가 자꾸 내려가, 배가 너무 고픈데 러닝 루트에 돌아오면서 먹을 데가 없어, 샤워하기에 시간이 빠듯해 등등등) 열의가 쉬이익 식는 바람에 1마일도 안되게 뛰거나 아예 방향을 선회해서 짐에 가서 스트레칭이나 조금 깨작거리는 날도 많다. 그래도 달리기 훈련을 한 걸로 기록하고 집 밖으로 나간 것 만으로도 잘했다고 은근히 생각한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그렇게 대충 허접하게 해도 어째어째 올해 지금까지 누적 459마일(=734km)를 뛰었다고 한다.
나는 완벽주의자와는 거리가 멀다. MVP(Minimum Viable Product)로 린하게 만드는 스타트어퍼라 그게 일상에도 전염이 되어서 최소한이라 할 정도로만 딱 한다. 이게 맨날 좀 맘에 캥기는 구석이 있었는데, 완벽하지 않고 얼기설기 내 자신에게 관대한 잣대만를 들이대다보니 그래도 어쩌다 삐긋할 때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어째저째 계속 가게는 되는 것도 같다. 오히려 너무 잘해야지, 정확하게 완벽하게 해야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조금이라도 그 기준을 못 맞추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모 아니면 도 확 부러져버리기도 했다. 에헤라디야 이만하면 됐지 유들유들 이랬을 때 더 오래 꾸준히 할 수 있었다. 이게 우리 CoDo App의 기본 스탠스에도 들어가게 되더라. 유저들에게 왜 챌린지 하기로 한대로 못했니 보다는, 어쨌거나 안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훨씬 잘했다며 한 것에 초점을 맞추는 우쭈쭈 테크.
좋아하는 에세이스트 김하나의 <힘빼기의 기술>에서도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물에 오래 떠 있으려면 힘을 내는 게 아니라 힘을 빼고 물에 나를 맡기는 걸 해야 한다고. 힘을 빼는 것도 고급 기술이라고. 난 이걸 다 완벽하게 할 거라고 힘을 내고 있는 것보다는 그냥 으허허 이거면 됐지 하고 힘을 좀 빼고 스스로를 잘했다 우쭈쭈 해줘도 괜찮다. 다 괜찮다. 그리고 친구들이 함께 하는 우쭈쭈라면 그 힘은 배가 된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연구들에서도 자기 자신에게 긍정적인 서사를 부여하는 것만큼이나 친구들이 그 긍정적 서사를 뒷받침해 주는 긍정 루프가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나 자신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서로 "잘하고 있다" 관대함을 전파하는 것이 어쩌면 제일 힘을 나게 해주는 일인 것 같다. 그런 앱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