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 마리 1편] 고양이에 대한 사소한 추억
어린 시절 나는 한 번도 애완동물을 키우지 못했다. 그건 엄마의 유별난? 동물 기피증 때문이었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전, 고양이와 함께 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같이 살았다기보다는, 시집와보니 집에 고양이가 들락날락 하더라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냥 평범한 코숏(코리안 숏헤어)이였다는데, 예전에 다 그러했든 마당을 오가며, 남은 밥을 싹싹 비벼먹으며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았다.
젊은 시절의 엄마는 고양이가 무서웠단다. 겁이 많았던 엄마는 밤이면 눈이 빛나는 고양이가 무서웠고, 소리 없이 다가오는 것도 그렇게 싫었다. 그래서 고양이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으며, 이뻐하지도 않고 대면 대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 집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이 있었다는데, 엄마가 그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꼭 그렇게 고양이가 따라오는 바람에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게다가 가끔은 죽은 쥐를 잡아다가 엄마가 매일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그 계단 앞에 놓아두곤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기겁을 하면서 소리 질렀고, 그 죽은 쥐를 치우는 것은 할머니의 차지였다. 그렇게 고양이와의 악연(?)이 이어졌다. 아슬아슬한 관계로 지내길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는 죽었다. 그 죽음의 문 앞에서 고양이는 비슬비슬 엄마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엄마가 보는 앞에서 눈을 감았다.
고양이에 대해 모르고, 엄마의 이야기만 듣고 자라온 나는 '고양이가 똑똑해서 엄마가 자길 싫어하는 걸 알았나 봐. '라고 대꾸했다. 엄마는 '내가 얼마나 싫었으면 내 앞에 와서 죽었겠노' 하면서 그때 일을 떠올렸다.
그리곤 그 일에 대해서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양이에게 빠져서 이것저것 특성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을 때쯤 이 일화가 떠올랐다.
길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에게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가끔 고양이가 '보은'으로 죽은 쥐를 잡아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쥐가 징그럽긴 하지만 고양이의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는 글을 보았다. 가끔 고양이들은 주인에게 죽은 쥐 나 바퀴벌레 등을 대령하기도 하는데, 그건 고양이의 사랑이란다. 보은... 고양이의 사랑이었다니, 뒤늦게 나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다시 그 시절의 우리 집으로 돌아갔다. 고양이는 보고 있었다. 대가족이고 들락날락하는 사람도 많았고, 장사까지 도맡아서 해야 했던 맏며느리를. 늘 바쁘게 종종거리며 다녔지만, 애완동물과 살아본 적이 없는, 그래서 자신을 무서워하는 엄마를. 그런 엄마를 보면서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친해지고 싶어서 다가가도 무서워하는 엄마. 쥐를 잡아다가 자랑하고 싶어도 기겁하며 소스라치는 엄마, 그 엄마를 향해 고양이는 꾸준히 마음을 전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죽음이 가까워지자 엄마에게 힘겨운 걸음을 내디뎠을 고양이.
사소한, 아주 사소한 고양이와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