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 마리 4편] 멀리멀리 돌아서 만난 인연
운명일지도 모르는 전화가 왔다.
엄마 집에 놀러 가 잠깐 이불 위에 뒹굴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누워있던 몸이 즉각적으로 튕기듯이 일어났다.
네~ 안녕하세요
코코 입보 잔데요. 지금 잠시 통화 가능할까요?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운명의 고양이와 만나지 못하고 여러 날을 방황하고 있던 나.
파양 당하거나 길 위의 고양이를 입양하기를 원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르웨이 숲이란 품종의 고양이에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돈 주고 아이를 살 수도 없고, 내 로망을 버릴 수도 없는 기로에 빠져서 허우적 대던 중. 코코라는 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는 공원에서 발견된 노르웨이 숲 고양이었다. 유기되었는지, 혹은 길을 잃었는지 알 수 없었고, 결국엔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입양이 진행되는 글이 올라왔다.
아, 노르웨이 숲이다. 나의 로망이다. 마음은 쿵쾅거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양신청서에 글이라는 것을 써보았다. 그리고 마치 취준생처럼 연락을 기다렸다. 하루 이틀, 아이는 이뻐서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말 사랑하나는 끝까지 해줄 수 있는데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며칠을 기다리던 중, 연락이 온 것이다.
그런데, 그건 코코가 아니었다. 정작 코코는 나의 묘연의 작은 실마리를 여는 문지기였던 것이다. 입양 담당자는 좀 더 코코에게 적합한 입양자가 있고, 그 집으로 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나의 핸디캡 (처음 키우고, 미취학 아동이 있는)을 떠올렸다. 그리고 코코가 더 좋은 입양자에게 가서 행복하다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통화를 마치는 것이 아니라 입양 담당자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이에요.. 다른 고양이가 있는데 갑자기 하유님이 생각나서요. 어떠세요?
쿵쿵쿵 심장 소리가 밖에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원체 흥분을 잘하는 나는 조바심이 났다.
입양 담당자는 (한 다리) 아는 입양 담당자가 있는데 (두 다리) 그분의 지인이 (세다리) 파양 당한 노르웨이 숲 고양이를 만났다. 지금 입양을 위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란다. 그분의 지인은 (한 다리) 아는 입양자에게 (두 다리) 마리와 어울릴만한 사람을 찾아달라고 했다. 마침 아는 입양 담당자가 코코 입양 글을 보고 코코 입양 담당자에게 혹시 입양 신청서를 낸 사람 중에 괜찮은 사람이 없냐고 물어봤던 것이다.
(뭔 말이여. 아무튼 고양이 세계도 세 다리만 건너면 다 이어져 있나 보다)
코코 담당자는 문득 생면부지의 나를 떠올렸고 마리와 어울릴 것 같다는 촉이 왔다. 그 고양이는 역시 2-3년으로 추정되는 노르웨이 숲 암컷 고양이었다. 마리는 노르웨이에서 진짜로 물 건너온 명품(?) 고양이었지만, 첫 입양자에게 새끼를 가지기 못한다는 이유로 파양 당했다.
그 후 중성화를 완료한 마리는 좋으신 분에게 입양되었지만, 그 입양자는 갑자기 지병이 도져 입원을 하게 된 상황이라, 마리를 케어할 수가 없었다. 연이은 두 번의 파양. 또다시 세 번째 집으로 입양을 갔지만 그 집에서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의심되었다.
그렇게 완벽하게 아름다운 마리는 나에게 왔다. 돌고 돌고 돌아서 노르웨이에서 여기까지, 타인에게서 나에게로 한 걸음 두 걸음 조금씩 다가왔다.
마리 입양 진행자는 아름다운 마리의 연이은 파양으로 이번만은 신중하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심정으로 꼼꼼하게 나를 점검(?)했다. 하지만 이미 마리에게 홀딱 마음을 뺏겨버린 나. 누가 봐도 아름다운 얼굴도 그러하지만, 아픈 마음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기 때문에 그 마음이 전달되었던 것일까. 결국 마리를 나에게로 보내주었다.
그렇게 마리는 기묘하고도 신기한 묘연의 힘이 작용해서 운명처럼 나에게 왔다. 전혀 연관이 없는 나와 마리 사이를, 봉사의 마음으로 연결해주신 여러 봉사자분들께 감사한다. 정말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아이를 입양시키고, 중성화시키고, 접종시키며 시간과 돈과 사랑을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동받았던 시간이었다.
덧. 처음에 입양을 원했던 코코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 이름이 '마리'로 바뀌었단다!! 우리 마리의 처음 이름은 '샤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