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 마리 3편] 입양 전
언제부터일까. 새벽에 핸드폰으로 고양이 사진을 보기 시작했다. 눈 뜨면 고양이 카페에 들락거리고, 길 고양이들을 발견하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고양이 앓이를 시작한 지 수개월. 고양이 병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각해져만 갔다.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아니 딱 한 번 있는데 그건 작은 햄스터였다.
자연스레 고양이 집사가 되길 꿈꾸고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선 세 가지의 방법이 있다. 샵에서 분양받거나, 유기묘를 입양하거나, 지나가다 우연한 기회에 고양이에게 간택당하는 경우다.
혹시나 나의 매력을 알아차린 고양이가 집 앞에 대기를 하고 있진 않은지, 어느 날 내가 가는 길을 졸졸 따라오지는 않을는지 매일 밤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건 허튼 상상에 불과했다. 어쩌다 마주친 길고양이들은 나의 서툴고 투박한 발걸음을 듣고 10리 밖에서부터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양을 하기로 했다. 입양 대기 중인 고양이를 보기 위해 '고다(고양이라서 다행이다)' 카페를 들락날락거렸다. 그러던 중 뱅갈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 평소에 흠모하던 날렵하고 날씬한 몸, 동그란 눈, 표범 같은 무늬를 가진 너무나도 매력적인 아이 었다. 입양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고양이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봤다. 입양 담당자는 친절하게 , 하지만 중요한 것을 일깨워 주었다.
우선, 나는 1등 입양자가 안 되는 거다. 5살짜리 아이가 있었고,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사랑으로 고양이 입양처를 결정하는 캣맘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곳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했다. 혹시라도 모를 파양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고양이를 알지도 못했기 때문에 로망만 가지고 있었다. 고양이라고 하면 나른하고 우아하고 느릿느릿하다고 생각했다. 아름답고 때론 친근하지만 자기만의 세상이 있는 동물. 너는 너고 나는 나지만, 같은 공간에서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는 매력에 끌렸다.
세상에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성격의 고양이들이 존재했다. 매력을 가졌던 뱅갈같이 몸이 날렵한 아이들은 대부분 깨발랄하기 마련이란다. 고양이는 까칠하다는 편견을 깨듯 요즘은 '개냥이'도 많이 늘었다. 집사 무릎에서 골골거리면서 일상을 함께하는 것이다.
물론 사랑스러웠지만, 상상하던 고양이와의 동거는 아니었다. 때로는 혼자만의 독립적인 시간이 필요한 나였기 때문이다. 친절하신 입양 담당자분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유심히 듣더니, 그렇다면 장묘 종이 어떠냐고 말했다.
장묘종은 생각도 안 해봤는데, 외모보다는 성격을 생각 못한 것이 아차 싶었다. 그렇게 다시 길고 긴 의식의 흐름을 타고 지내다, 이름도 아름다운 '노르웨이 숲'이라는 고양이를 보았다.
한 때 좋아했던 하루키의 가장 아름다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그 고양이는, 우아하고 매력적이고 이뻤다. 하지만 샵에서 분양받지 않겠다고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아이를 돈 주고 산다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입양을 진행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코숏(일반적으로 많이 보는 길고양이)인 경우가 많았다. 좋은 주인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고양이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품종 묘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평생을 함께할 동물인데, 아무렇게나 데려올 수는 없었다.
정말로 묘연은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