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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을 털어놓기 좋은 날.


속마음을 털어놓기에 좋은 날이 따로 있을까? 


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신이 마음을 털어놓고 싶거나 그 마음을 들어줄만한 사람이 있다고 느껴지거나 그럴만한 용기가 날 때이다. 그런 때는 주저하지 말고 마음 털어놓기를 실행해 옮겨야 한다.      

 

빗방울이 창밖을 두드리는 잠이 오지 않는 밤, 마음이 불편하여 혼자서는 참기 힘든 날, 믿음이 가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을 만난 날, 평소 친분이 있는 동료와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를 산책하게 된 날, 친한 친구와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돌체 콜드블루 즐길 수 있는 날, 누군가와 함께 차로 이동하는 날, 그 모든 날은 마음을 털어놓기에 좋은 날이고 좋은 순간이다.      

이런 날이 오거나 이런 순간이 되면 좀 더 용기를 내보자. 좀 더 용기를 내어 평소에 털어놓고 싶었던 마음을 마음껏 털어놓아 보자. ‘왜 진작 털어놓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컷 털어놓아 보자. 큰 만족과 해방감을 느낄 것이다. 잘했다고 느껴질 것이다. 마음을 털어놓기 좋은 구체적인 상황이나 순간,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누군가와 함께 산책하는 날이다. 자연의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환경이다. 자연 속에서 감정을 다스리고 고민을 나눌 수 있으며,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경치는 정서적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 산책은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그나마 자연에 쉽게 다가갈 방법이다. 산책을 하는 동안 우리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 마음을 꺼낼 용기를 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국 연구기관, 오픈스페이스(OPENspace, Outdoor and Indoor Natural Environments, Health and Well-being)의 제니 로(Jenny Roe) 박사는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참고할만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녀가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냐 시골이냐에 상관없이 산책은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긍정적이고 확실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산책이 더 큰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      

바쁜 일상으로 누군가와 함께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내일 점심시간에 평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싶었던 직장 동료와 함께 산책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동료와 친분도 쌓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기회도 만드는 의미 있고 따뜻한 점심시간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누군가와 함께 카페에 있는 날이다. 카페는 조용한 분위기와 부드러운 음악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장소이다. 시원한 돌체 콜드블루를 마시거나 따뜻한 캐러멜 마키아또를 마시며, 상대와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좁은 공간에 단둘이 있는 상황을 불편해하거나 너무 조용한 상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은 이처럼 카페에서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괜찮다. 적당한 소음, 적당한 사람들, 적당한 공개성은 자신의 마음을 꺼내고 나누는데 편안한 느낌을 주고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곳에서 더 공부도 잘되고 집중이 잘되는 것처럼, 적당한 소음과 사람이 있는 카페에서 더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물론 음악이 너무 시끄럽거나 사람이 너무 많은 위치, 시간대는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속 깊은 얘기를 진지하게 나누기 쉽지 않다.      


세 번째 동네 도서관에 간 날이다. 도서관은 조용한 분위기와 고요한 환경으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장소이다. 여기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책을 보고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관찰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안정되고 차분하게 자신의 마음을 꺼내 볼 수 있다. 그런 시간을 보낸 후 밖으로 나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마음을 털어보면 어떨까? 나 역시 주말에 가끔 홀로 도서관에 들른다. 꼭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다. 도서관 카페에서 파는 바닐라 라테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잡생각도 하고 멍도 때리다 보면 신기하게 마음도 생각도 정리되는 듯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도 묻고 속에 있는 얘기도 나누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당신이 퇴근 후 잠시 들리는 곳, 주말에 잠시 찾아가는 곳 중 하나가 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도서관이 당신의 삶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당신의 삶은 좀 더 여유로워지고 아늑해질 것이다. 도서관은 책만 읽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네 번째, 여행하는 날이다. 처음 가보는 곳, 오랜만에 가보는 곳, 낯선 경험을 할 때다. 그런 순간은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가라앉히며 고민을 털어놓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혼자 떠난 곳에서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 떠난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아도 좋다. 미국 카네기 멜로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 심리학과, 셀던 코헨(Sheldon Cohen)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행의 경험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특히 새로운 환경에서의 새로운 경험과 활동이 스트레스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감소한 만큼 마음을 털어놓을 용기와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영화 비포선 라이즈<Before Sunrise>는 내가 20대 초반에 봤던 인생 영화 중 하나다. 영화 속 두 주인공, 제시와 셀린은 각자 여행을 하다 우연히 열차 안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를 낯설게 여기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를 편안하게 느낀다. 자연스럽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후 그들은 예정에 없었던 장소에서 내려 예정에 없었던 행복한 하루의 시간을 보낸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


그들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가까워지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던 이유는 여행과 열차라는 특수한 상황 덕분이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며 만난 사람과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하는 용기를 갖게 했다. 이처럼 여행을 하며 어디론가 떠나는 순간은 설렘과 용기를 준다. 고민이 있다면, 마음을 털어놓기를 결심했다면 누군가와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는 혼자 여행을 떠나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우리는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카페서 차를 마시며, 도서관 벤치에서 멍을 때리거나, 여행에서 이동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고 마음 털어놓을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살피거나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감정을 더 확실히 정리할 수 있다. 무엇 때문에 속상하고 괴로운지,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꺼내놓으며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고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풀리지 않았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이다. 당신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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