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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Oct 04. 2022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나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큰 일난다

  언젠가 김영하 작가가 TV  프로그램에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의 100% 사용해선 안된다고 이야기했다. 60~70% 능력만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인생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능력이나 체력을 남겨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열심히 사는 삶이 부담스러운 나에겐 너무 솔깃한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우리의 능력치 이상을 발휘할 경우,  부작용이 따른다.  몸과 마음이 축나거나  아이가 아프거나  남편이 짜증  있거나. 삶의 어느 부분에선가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게 나이든 내 주변인이든 내가  능력치 이상으로 열심히 살면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이 일 저 일에 관심이 많은 나는 늘 하고 싶은 게 많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다. 기타도 잠시 배웠다 플루트도 잠시 배웠다 요가도 했다가 발레도 했었다. 테니스도 배워보겠다고 온갖 용품들을 다 사놓고 두 번 치러나간 경험도 있다. 변명이지만, 테니스 동호회 만든 선생님이 인연을 만나 연애를 하게 되면서 짧았던 우리의 동호회는 끝이 났기 때문에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하다가 포기하게 되면 자괴감이 든다. 나는 왜 이렇게 꾸준히 하지 못하고 이랬다 저랬다 할까 자책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를 아끼는 인간으로 또 나에게 너그러워졌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도전하는 게 나으며, 작심삼일도 삼일마다 계속하면 된다는 궤변을 나의 철학으로 삼기 시작한다. 처음엔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궤변이었지만, 이게 참 매력이 있다. 운동을 하기로 했다고 치자. 한 삼일 열정을 불태우면 게으름이 귀신 같이 찾아온다. 또 하기 싫어지는 것이다. 그럴 땐, 일단 쉰다. 스스로와 싸우지 않는다. 그렇게 쉬면 또 '내가 이래서 되는가'하는 자괴감이 찾아온다. 그럼 또 작심삼일을 한다. 또 며칠을 하다 보면, 또 게으름이 찾아온다. 그럼 또 쉰다. 쉬다가 또 작심삼일을 한다. 이러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가게 된다. 아니, 앞으로는 못 나가더라도 뒤로는 안 간다.


  마흔을 코 앞에 둔 나는 절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아등바등 살지 않을 것이다. 작심삼일을 매번 하면서 내 역량의 60-70%만 발휘하고 살 것이다. 우리 아들한테 책도 읽어주고, 남편한테 과도한 짜증을 내지 않으며 살 수 있을 정도의 체력과 힘을 남겨두고 살 거다. 아주 조금씩의 진전만 하며 매일매일을 살아갈 거다.


  원래 내가 꿈꾼 마흔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지만 괜찮다.  꿈꾸지 않았지만 이뤄진 것도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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