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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Oct 10. 2022

영어 영상 시청의 효과가 의심되시나요?

 우리 아이와   차이 나는 딸을 키우는 친구가 있다.  친구와 나는 성장과정에 유사한 점이 많다.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는 아니지만, 같은 중학교를 졸업했고, 외국어 고등학교 같은 과에 진학해서 3년을 같은 반을 하며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다.  친구도 나도 소위 말하는 학군지에서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으며, 사교육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지금  친구는 중학교 교사, 나는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 편이다.  친구와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영어 영상과 소리에 노출을 시켰다는 점도 같다.  친구의 아이는 현재 우리 나이로 7세인데 5세가량부터 영어로 조금씩 발화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미국 아이들과 소통할  있을 만큼 영어로 발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영어유치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친구도 워킹맘이기 때문에 계속 붙어서 영어를 가르쳐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단지, 아이에게 영어 소리에 일찍부터 노출을 시키다 한국어 영상 대신 영어 영상으로 매체에 노출시켰다. 그러다 아이의 발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나서, 방과  영어 학원에 보내고 있다. 친구는 영어 전공이 아니고, 아이랑 활동하는 것도 즐겨 하는 편이 아니라서 학원 공부로 보완하고 있는  같았다.


  얼마 전, 그 친구와 친구 아이 나와 우리 아이가 한자리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 최근 들어 우리 나이로 6세 반이 된 우리 아이도 영어로 발화를 하기 시작했고, 놀이 시 영어 사용 횟수가 많이 늘어났다. 아이들끼리 놀면서 영어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영어 영상을 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친구가 "왜 이 쉬운 걸 사람들이 안 할까?"라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 둘 다 워킹맘이고, 아이에게 혼신의 힘을 쏟아 육아하는 스타일도 아님에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 영어 발화를 시작하게 된 이유의 8할 이상이 바로 '영어 영상'을 보여준 것 때문이다. 그저 우리는 아이가 영상을 시청하며 놀고 싶어 할 때, 영어 영상을 틀어줬을 뿐이고, 한글은 영상 매체를 통해 접하지 않았을 뿐이다. 친구의 아이도 우리 아이도 영어 소리에 노출된 지 만 2년에서 3년 사이에 영어 발화가 시작된 것이다. 간단하게 영상으로 영어 습득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고, 효과도 확실한데 엄마들이 지속하지 못하는데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치지 않고, 아이에게 영상 노출을 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언급하고자 한다.


01. 아이의 습득을 의심하지 않는다.

  계속 아이에게 영어 영상 노출을 시켜주면서도 어느 순간 '이게 효과가 있나?' 의심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욕심 있는 부모는 아이에게 영상 노출시키는 시간이 다른 학습을 하게 하는 것보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시간이 아깝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언어 공부는 다른 공부와 달라서, 하나의 원리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공부가 아니다. 새로운 어휘를 확장하고, 문장 패턴을 익히는 누적된 학습량이 절대적인 공부이다. 습득에 유리한 방법은 있을 수 있으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두뇌회전이 잘 되지만, 게으른 친구들이 절대 넘을 수 없는 산이 외국어 공부인 것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의 대사처럼 '어머님, 믿으셔야 합니다. ' 내 말을 믿으라는 게 아니라, 아이의 뇌와 귀를 믿고 그냥 노느니 영상 봐라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보여주다 보면 언젠가 보여주길 잘 했다 생각이 드는 날이 올 것이다.


02. '무슨 말인지 알아?' 묻지 않는다.

  친정엄마께서 가끔 놀러 오시면, 영어 영상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아들에게 늘 이렇게 물어보신다. "무슨 말인지 알아? 할머니한테 이야기해 줘." 제발 그러시지 말라고 해도 할머니는 매번 아이에게 확인하고 싶어 하신다. 아이는 한 번도 대답한 적이 없다. 왜냐면, 아이는 모든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보는 게 아니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보는 거다. 또, 할머니에게 이야기할 만큼 인지력이 성장하지 않았다.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재구성해서 전달할 정도의 인지력은 미취학 아동이 갖추기에 쉽지 않은 수준이다. 일부 뛰어난 아이들에게는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으나, 내가 만났던 대부분의 아이들은 설사, 한국어 영상을 봤다고 해도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하지 못한다. 영어 영상은 오죽하겠는가? 아이가 집중해서 30분 이상 보고 있다면, 어느 정도 내용을 소화하며 잘 보고 있는 것이니 의심하지 말고 질문하지 말고, 옆에서 웃으며 함께 봐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함께 보기 어렵다면, 영상 자료가 유해한 것인지 확인하고 엄빠는 다른 활동을 하며 휴식하시라.


 03. 발화를 재촉하지 않는다.

  영어 영상 시청을 6개월쯤 지속하고 나면, '이쯤 되면 한두 마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며, 영어 영상 시청의 효과를 의심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이럴 땐, 한국어 발화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된다. 아이가 한국어 문장으로 발화하기까지 듣기만 했던 그 시간이 얼마였는지를 떠올려 보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아직 우리 아이가 영어 발화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노출의 빈도를 늘려주고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생각하고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아이의 수준에 맞는 영상 자료로 꾸준히 노출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영상 자료인지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하느냐? 아이가 집중해서 잘 보지 못한다면, 수준에 맞지 않는 자료일 가능성이 크므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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