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에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by 노트


나는 회사에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명확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초반에는 가능하면 모두와 잘 지내고 싶었다.

불필요한 마찰은 만들고 싶지 않았고,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면 일이 더 잘 풀릴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알게 됐다.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과

신뢰받는 사람으로 남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걸.


평소에 친한 사람이라도

일에서는 기준을 달리하지 않는다.

회의실에 들어가면

친분보다 일이 먼저다.


아니라고 판단하면

그 자리에서 분명히 말한다.

애매하게 넘기지 않는다.

그 순간에는 분위기가 잠시 어색해질 수 있다.


그래도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풀린다.

그 말이 사람을 향한 게 아니라

일을 향한 것이었다는 걸

결국은 서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끝내 풀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 나는

일을 대하는 기준이 달랐던 걸로 생각한다.

우리는 사교 모임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니까.


일을 제대로 하려 하면

평판은 갈릴 수밖에 없다.

토론하고 부딪히고

끝까지 방향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해하고

누군가는 안도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기준을 지키는 쪽이 더 어렵다.


예전에 내 밑에서 일했던 후배들 중에는

당시에는 나를 꽤 힘들어했던 사람들이 있다.

결정은 빠르고, 기준은 분명했고,

타협은 쉽게 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몇 년이 지나

연말이나 명절이 되면 꼭 연락이 온다.

“그때는 솔직히 힘들었지만 그 기준 덕분에

지금은 어디에 가도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알게 된다.

그 시절의 불편함은

사람을 몰아붙인 시간이 아니라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 시간이었다는 걸.


선배의 역할은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기준을 남기는 사람이라는 걸

그때마다 다시 확인한다.


좋은 사람으로 남지 못하더라도

기준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