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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Brand Sep 28. 2018

많아지면 달라진다

More is Different

4 + 4는 8이 아닙니다. 왜 일까요?

오늘의 주제는 '많아지면 달라진다'입니다. 



하나, 무서움증 그리고 시너지 효과


언젠가부터 39살이라고 우기는, 나이 많은 어른인 나에게 어른스럽지 않은 무서움증이 있다. 
바로 ‘어둠에 대한 무서움증’ 이다. 전문용어로는 ‘암소공포증(scotophobia)' 이라고 하는가 보다. 
어둠 공포증은 말그대로 어두운 곳에서 느끼는 공포감이다. 

나는 집에서 혼자 있게 되어 저녁이 되면 불을 끄고는 잘 수가 없어 TV와 불을 켜고 버티다가 지쳐서 겨우 잠에 들곤 한다. 그러다가 작은 소리라도 들리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게 된다. 

아마 이런 고통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듯 싶다.  

하지만 이런 무지막지한 어둠 공포증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전혀 느끼지 못한다.  

아무리 어둡거나 음침한 곳에서도 나 이외에 한사람만 더 있으면 거의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귀신이 나 혼자 있을 때만 나타나고 다른 사람이 있으면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함께하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여 나도 모르는 어떤 정신적인 힘이 생기는 걸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가 있다.

둘 이상이 합쳐져 각각의 합보다 더 큰 힘이 생기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말 한 마리가 4t의 무게를 끄는데 두 마리가 합치면 22t의 무게를 끈다고 한다. 

각각의 말이 끌수있는 합보다(8t) 무려 14t이나 더 끌게 된다고 하니 그 시너지가 대단하다.  

이처럼 둘 이상의 유기체가 합쳐져 각각에서는 없던 새로운 힘이 생기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둠 공포증이 없어지는 현상도 일종의 시너지 효과일까? 



둘,  단순함인가 복잡함인가?


 "단순한 것이 최선이다." 

17세기 서구 근대 과학의 발전 이후로 최근까지 자연 과학, 인문 과학, 그리고 사회 과학까지를 포함하는 모든 과학과 철학적 사고를 꿰뚫는 말이다. 즉, ‘본질은 필요 이상 부풀려서는 안 된다’ 는 소위 단순계(simplicity system) 사고의 핵심을 표현한 것으로서, 17세기의 인과적 결정론(casual determinism)으로 출발한 요소 환원주의적 방법론의 명제가 된다.


 인과적 결정론이란 모든 인간이나 자연 현상에는 원인이 있으며, 그 원인에 따라 결과가 나타난다는 개념이다.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생길 수 있는 기적이나 우연은 있을 수 없으며, 인간 행동뿐만 아니라 자연 현상 조차도 결정되어진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뉴튼에 이어 프랑스의 라플라스 (P.S. Laplace)에 이르러 인과적 결정론은 꽃을 피우게 된다. 그는 저서에서 “모든 자연 현상은 수학으로 기술되는 인과론적 원리에 의해 완벽하게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소 환원주의는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개별적인 구성요소로 분해하여 그 성질을 밝히고, 분해된 요소들의 종합을 통해 전체를 설명하는 관점을 말한다. 데카르트에 의해 주도된 요소 환원주의는 구성 요소(부분)들의 합이 전체와 일치한다는 ‘선형적' 세계관이다. 2000여 년 전의 유클리드 기하학에 뿌리를 두고, 17세기의 데카르트에서 출발하여 뉴튼에 의해 완성된 선형적이고 기계론적인 세계관은 그 방법론으로서 요소 환원주의와 인과적 결정론으로 근대 과학의 기본적인 사상이 되었고, 이는 과학뿐 아니라 철학, 인문학, 사회학, 그리고 브랜드가 포함되어 있는 경영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패러다임이 되었다. 



선형적이고 기계론적인 세계관은 유클리드 기하학에 뿌리를 두고, 17세기 데카르트에서 출발하여 뉴튼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 방법론으로는 요소환원주의와 인과적 결정론이 있다. 선형적, 기계론적인 특성들은 과학 뿐만 아니라 철학, 인문학, 사회학, 경영학까지 모든 분야의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21C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점점 더 복잡하다는 의미는 단순히 뒤죽박죽 엉켜있다는 뜻이라기보다 복잡한 현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결과(현상)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함의 근원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현상에 관여하는 구성요소의 종류와 수가 많다. 

소득수준이 낮았던 과거 경제 성장기에 비해 지금의 시장 환경은 훨씬 복잡한 모습을 보여준다. 구매력 향상과 함께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져 국경없는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둘째, 현상에 관여하는 구성요소들 각각의 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을 잘 알지 못한다. 

사회나 경제 현상에서 구성요소는 인간이다. 인간 개개인의 행동의 다이나믹스에는 뉴튼의 만유인력 법칙과 같은 일률적이고 명쾌한 법칙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게다가 사회 분위기가 자유로워지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구성원들이 분출해내는 기호와 욕구, 소비성향은 더욱 더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셋째, 현상에 관여하는 구성요소들이 서로 다양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상호작용한다. 

 복잡성의 증가는 앞서 지적한 구성요소의 종류와 수가 많아져서라든지 그들의 행동법칙을 알기 어렵다는 이유와 함께 구성요소들(소비자)이 상호작용을 통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또한 진화하기 때문이다. 흔히 현재의 1년은 과거의 10년보다 변화의 폭이 훨씬 크고 깊다고 말한다. 정보화의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 이라고 할만큼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며, 이는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인터넷, 무선이동통신, SNS의 출현과 발전이 핵심적인 요인이 된다.


기존의 인과적 결정론과 요소환원주의적 관점에서 비롯된 
선형적 세계관은 변화된 구성요소(소비자)들의 
다양한 행동과 비선형적 상호 작용에 대해 
엉뚱한 분석은 물론 잘못된 결과를 예측하지 않을까?



그리고 셋, 많아지면 달라진다


 살아있는 유기체의 결합은 새로운 형태의 또 다른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 인간 또는 다른 생물의 경우에도 수많은 세포들이 모여서 ‘조직’이 만들어지고, ’조직‘이 모이면 ’기관‘이 생기며, 또 ’기관‘이 결집하면 하나의 ’장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각 ’장기‘가 고유의 역할을 하며 모여져서 하나의 ’생명체‘가 완성된다. 여기에서 각 상위의 집합체는 하위의 것과는 다른 성질을 가지게 된다. 즉 세포, 조직, 기관, 그리고 장기는 각각 이전 단계의 성질과는 다른 역할을 하는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진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은 이성적인 성질을 갖고 있지만 이들이 수백 명, 수천 명으로 많아져 집단을 이루면 ’군중심리‘라는 새로운 성질을 보이게 된다. 또한 수많은 소비자들이 모여 형성된 시장도 일시적인 히트 상품과 유행을 만들어 내는 등의 개인으로서 합리적인 소비자의 모임과는 다른 새로운 성질을 보이게 된다. 이처럼 '살아있는 유기체가 모이면 새로운 성질을 획득한다'는 특성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기체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있어 우리가 최근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단순계, 기계론적 세계관으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분석(analysis)’이라는 과학적 개념이다. 분석적 기법이란 대상을 연구하기 쉽게 크기를 잘게 분할해서 각 부분의 성질을 자세히 조사한 후 그것을 다시 ‘종합(synthesis)’ 함으로써 대상의 전체적인 성질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방법은 우주, 자연, 사회, 시장, 기업 등 모든 사물이나 대상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유효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세계화가 더욱 가중되고 사회 대부분의 시스템이 열린 시스템으로 바뀌게 됨에 따라 과학적 분석이라는 수단은 점차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한계란 “분석을 위해 어떤 대상을 분할할 때마다 전체를 이루고 있는 진짜 중요한 무엇인가가 상실된다”는 것이다.  즉, 이들 우주, 자연, 사회, 시장, 기업, 인간 등은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본래 복잡화하면(많아지면) 새로운 성질을 얻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분석이란 방법에 의해 분할되는 순간 그 새로운 성질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는 얘기다. 따라서 분석을 위해 나누는 순간, 분할되기 전의 대상을 전체적으로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해 진다. 

 기존 단순계 세계관에서 많아짐은 단순히 많아진 만큼의 총합이 늘어나면서 처음의 성질이나 특성은 유지된다는 선형적인 가치만 존재하지만, 복잡계 세계관에서의 많아짐은 처음에는 없었던 새로운 무엇인가가 발생하는 비선형적인 가치가 있음을 말해준다. 


 앞선 나의 예로 볼때, 어두운 곳에 두명이 있을때(어둠공포증이 있는 나와 없는 한명), 기존 논리로는 어둠 공포증이 있는 한명과 없는 한명으로 설명이 되지만 복잡계 논리로는 어둠공포증이 없는 두명이 존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4t의 무게를 끌수있는 말이 두마리로 많아져 합치면 22t의 무게를 끌게 되는 시너지 효과도 단순계 논리로는 4t의 무게를 끄는 두 마리가 각각 존재할 뿐이다. 앞서 말한 대로 분석을 위해 나누는 순간, 용감한 나와 힘센 말은 없어지고 어둠공포증이 있는 나와 4t을 끄는 약한 말로 바뀌어 있다.


그래서... 많아지면 달라진다.



매거진 <브랜드 파이(π)>의 첫번째 글 '많아지면 달라진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찬정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

비브랜드beB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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