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극한직업
"작가라는 직업은 아마도 많이 하면 할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유일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날 오후(첫 작품을 쓰던 시절)에는 자리에 앉아 쉽게 단편 소설을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쪽을 쓰기도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 쉽게 쓴다는 면에서 첫 작품을 쓸 때와 지금은 비교가 안 됩니다. 제가 얼마나 글을 쓸 수 있을지, 어떤 것을 쓰게 될지 전혀 모릅니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모르던 시절에야 뭘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기에 차라리 무모하고 확신에 차 있을 수도 있었는데, 숨겨진 결여를 깨닫기 시작한 이후로는 어떤 것에도 확신으로 다가서지 않는다. 알면 알수록 더욱 커져가는 불확실성이라는 역설, 언제나 그 언저리를 맴돌며 결코 만족스럽지 않은 글쓰기는, 언제나 '그럭저럭'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다시 살펴보면, 그럭저럭보단 조금 더 괜찮게 써놓았거나, 그럭저럭에도 미치지 못하게 써놓았거나...
삶에 대한 감각도 그렇잖아. 대개 잘 모르는 이들이 더 확신에 차서 떠들어댄다. 자신이 뭘 모르고 있는지에 대해 모르고 있기에... '무지의 열정'이란 것도,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렇기에 무엇도 될 수 있는 불확정적 잠재성으로 덤벼드는 경우에나 납득해 줄 용의가 있는 거지. 그러나 우리 주변에 흔한 무지의 일반성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까지 자기확장적 진리로 뻗어나가는 증상이니까.
- <문장의 조건> 중에서 -